‘LG 최고 외국인타자’ 라모스, 수식어의 ‘외국인’ 삭제 중

입력 2020-09-02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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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라모스. 스포츠동아DB

팀 외국인선수 관련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으니 ‘복덩이’가 따로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토종과 외국인 구분 없이 팀 역사 최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써내려가고 있다. 로베르토 라모스(26·LG 트윈스)는 ‘LG 최고 외국인타자’라는 자신의 수식에서 외국인을 지워가고 있다. ‘LG 최고 타자’라는 칭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라모스는 1일까지 92경기에서 타율 0.300, 30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9를 기록했다. 차이가 컸던 홈런 순위에서 선두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33홈런)에 3개차로 다가섰다. OPS도 로하스(1.074), 나성범(NC 다이노스·1.019)에 이어 3위다.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LG 팀 역사 곳곳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LG는 지난해까지 유독 외국인타자 뽑기 운이 없었다. 팀 외인 최다 홈런은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의 26개.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고는 해도 절대적 숫자 자체는 부족했다. 하지만 라모스는 이미 이 기록을 넘어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30번째 아치를 그렸다. LG 선수들 가운데는 1999년 이병규(현 LG 코치)에 이어 2번째이자 21년만의 기록이다. 홈런 한 개만 더 추가하면 라모스는 LG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된다. LG가 46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니 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팀 창단 최초 40홈런 돌파도 가시권이다.

최근 연말 시상식에서 재미를 못 봤던 LG도 올해 라모스를 통해 분주한 겨울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황금장갑이다. 올 시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에는 오재일(두산 베어스), 강백호(KT 위즈) 등 쟁쟁한 이름이 가득하다. 하지만 라모스가 앞선다. 만일 라모스가 황금장갑을 품에 안는다면 LG 외국인선수 최초의 대기록이 된다. 아울러 내야수로는 1999년 류지현(유격수·현 LG 수석코치)에 이어 21년만의 수상이다. LG 1루수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1994년 서용빈 이후 명맥이 끊겼다. 아울러 로하스를 추격해 홈런왕에까지 등극한다면 이는 LG 역사상 최초다.

6월 이후 허리 통증으로 슬럼프에 빠지며 또 한 번 LG 외인타자 잔혹사를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7월 이후 16홈런으로 되살아났다. KBO 8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LG가 여느 때보다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자랑하는 데 라모스의 지분은 상당하다. 이제는 라모스를 수식할 때 ‘LG 최고 외국인타자’에서 외국인을 빼도 될 것 같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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