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희준 “영화 할때마다 인생이 바뀌는 걸 느끼죠”

입력 2020-09-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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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하는 영화마다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배우 이희준이 ‘오! 문희’를 내놓았다. 치매 노모와 손잡고 6살 딸을 치고 도망친 뺑소니 범인을 찾으려 고군분투한 그는 “어려운 시기 긍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오! 문희’ 주연 이희준이 말하는 #나문희 #배우의 삶

치매 어머니와 딸 키우는 보험사 역
“수년간 할머니 돌본 어머니 떠올라
나문희 선생님 보면서 삶 되돌아 봐”
배우 이희준(41)의 요즘 일상은 매일 ‘집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말부터 그의 일정에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한창 영화 촬영에 분주했을 테지만 뜻밖의 공백을 얻은 요즘은 9개월 된 아들과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아내이자 모델인 이혜정과 육아도, 살림도, 철저히 분담해 맡고 있다고 했다.

“잡혀있던 일정이 밀리고, 취소되면서 답답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이가 9개월인데 혜정 씨와 같이 육아하면서 매일매일 자라는 걸 지켜보고 있어요. 육아가 예상한 것보다 많이 피곤하지만(웃음) 매 순간 아이와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하죠.”

3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희준의 말이다. 2일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제작 빅스톤픽쳐스)를 내놓은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가운데 주연작을 공개해야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우리 모두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영화 ‘테넷’)과 붙어 한국영화 흥행 1위가 됐다”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배우 이희준.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출연 결정하고 한달음에 논산으로
이희준은 경북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도 고향에서 다니다 우연히 지역 아동극단에 몸담으면서 진로를 바꿨다. 아동극 ‘알리딘’에서 주인공 공주와 정략결혼하려는 바보 왕자 역할을 맡아 3분여 무대에 올랐던 그는 객석을 채운 6, 7세 관객이 보낸 뜨거운 박수에 “취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로 극단 생활을 거쳐 2010년부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그는 이제 ‘1987’부터 ‘마약왕’, ‘미쓰백’ 등 굵직한 작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진로를 바꾸고, 소위 ‘무명 연극배우’도 거쳤지만 그는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등산 가고 싶으면 당장 집 뒷산이라도 올라야 하는, 철없는 성격”이라며 “정시 출퇴근하는 규칙적인 회사원 생활은 도저히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할 때마다 제 인생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껴요. 예를 들어 ‘남산의 부장들’에서 연기한 곽상천(10·26사태 차지철 경호실장을 극화한 캐릭터)같은 인물은 만날 일도 없고,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연기로 표현한 뒤엔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겠다’ 이해가 됩니다. 이번 ‘오! 문희’도 마찬가지에요. 누군가는 얕잡아 볼 거 같은 시골 아저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일깨움을 줘요.”

영화 ‘오! 문희’의 한 장면.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이희준은 ‘오! 문희’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열정이 치솟아 당장 촬영장으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그가 맡은 두원은 치매 어머니(나문희)와 6살 딸을 키우는 시골 보험회사 직원. 딸을 치고 도망간 뺑소니 범인을 찾으려고, 유일한 목격자인 모친과 추적을 시작한다.

극의 무대는 충남 금산이다. 등장인물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대구 출신 이희준에게 사투리는 숙제였다. 출연을 결정하자마자 차를 몰고 혼자 금산 인근 논산으로 향했다. 감독으로부터 ‘두원의 집’ 촬영지로 점찍어 둔 곳의 주소를 받아 무작정 나선 길이다.

“수박 한 덩이 사들고 그 집으로 갔어요. 실제로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연락 없이 찾아온 저에게 밥도 주시고, 하룻밤 재워도 줬어요. 치매 부모와 사는 건 상상하기엔 무척 고된 일상일 것 같은데, 모든 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시더라고요.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건 저에게 행운입니다.”

사실 치매는 이희준에게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는 치매인 시어머니를 수년간 돌보며 살고 있다. 영화 촬영 내내 “어머니가 많이 떠올랐다”는 그는 “억울한 순간도 많았을 텐데 몇십년을 버티고 산 우리 어머니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고도 말했다.

배우 이희준.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내가 여든 살이 됐을 때…”
이희준의 극 중 모친은 배우 나문희가 맡았다. 대선배와의 호흡은 그에게 질문을 남겼다. 배우로 나이 들어 여든 살이 됐을 때 “과연 나문희 선생님처럼 연기할 수 있을지” 자문했고, 자신할 수 없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곁에서 보면서 삶의 태도, 연기에 임하는 마음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선생님은 한번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혹시 대사를 잊을 까봐, 스태프에 누가 될까봐 계속 연습하셨어요. 반야심경, 천수경까지 줄줄 외우시는 데,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이희준도 요즘 부모님을 자주 떠올린다. 최근 영화를 알리려 MBC ‘라디오스타’ 등 예능프로그램 출연한 그를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부모님이다.

“계속 TV에 나오라고, ‘너는 예능이 딱이야!’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제 마음도 모르시고. 하하! 연기할 땐 캐릭터의 가면을 쓰고 자유롭게 놀 수 있지만 평소엔 부끄러움이 많아요. 재미도 없는 사람인데 예능이라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스탠바이!’ ‘큐!’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촬영 현장이 그립다는 이희준은 배우 이성민과 영화 ‘핸섬가이즈’ 촬영을 곧 시작한다. “당장 촬영하고 싶으면서도 조마조마하다”는 그는 마음을 다스리려 그림 재료를 잔뜩 샀다고 했다. 매일 아침마다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가 찾은 또 하나의 ‘집콕’ 생활이다.

이희준 프로필
▲ 1979년 6월29일생
▲ 1998년 영남대 화학공학과 재학 중 아동극단 활동
▲ 2003년 한예종 연극원 입학
▲ 극단 연희단거리패, 차이무 활동
▲ 2010년 영화 ‘부당거래’ ‘황해’ 등
▲ 2012년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KBS 연기대상 신인상
▲ 2012년 영화 ‘화차’, ‘감기’
▲ 2018년 영화 ‘미쓰백’ ‘마약왕’
▲ 2020년 영화 ‘핸섬가이즈’, ‘보고타’ 촬영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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