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라!’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52)의 현재 포지션은 ‘시즌 아웃’이다. 선수가 아닌 감독의 시즌 아웃은 전례가 없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염 감독의 건강악화 때문이다. 6월 25일 인천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극심한 성적부진에 따른 불규칙한 식사와 부족한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쇠약해져 비롯된 사태였다. 당시 병원에선 “2개월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고, 염 감독은 68일 만인 이달 1일 인천 LG 트윈스전부터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구장에 도착한 뒤 무기력증을 호소해 다시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복귀 후 팀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다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이다. 구단에 따르면, 이번에는 “영양 및 수면 상태가 우려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처음 자리를 비웠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염 감독은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하지 않다. 단순히 한 경기를 넘어 상황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복기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끼니를 거르는 일도 다반사다.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2013~2016시즌)을 포함해 올해처럼 무너지는 시즌을 처음 겪다 보니 스트레스는 실로 엄청났다. 6월초 전화통화에선 “야구가 안 돼서 미칠 것 같다”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신체리듬이 깨진 데다 스트레스까지 누적되면서 몸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 것이다.
SK 구단은 7일 내부회의를 거쳐 “잔여 시즌은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치르고, 염 감독은 심신 안정을 위해 당분간 치료에만 전념할 예정”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은 가시지 않는다.
염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1시즌까지다. 그러다 보니 당장 내년 거취를 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SK는 비상시국이다. ‘프로’라는 타이틀이 민망한 수준의 경기력으로 9위에 처져있는 데다, 압도적 최하위(10위)였던 한화 이글스와 게임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자칫하면 ‘역대급 승률 인플레이션 시즌의 꼴찌’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결론은 2년간 염 감독의 패턴에 맞춰 움직인 선수단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올해가 감독 계약의 마지막 해가 아닌 만큼 구단이 일찌감치 다음 시즌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염 감독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마무리캠프 및 스프링캠프부터 다시 지휘봉을 맡길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염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나 다른 방법으로 현장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를 하루빨리 결정하는 편이 낫다. 혼란이 지속되고 재건작업이 늦어지면 더 처참한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모호한 스탠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혀 득 될 것이 없다. 한 장의 잎사귀와 한 그루의 나무에 사로잡혀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염 감독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건강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도 배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일단 건강을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