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레임덕과 ‘각자도생’의 야구… 2020시즌 SK의 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20-09-0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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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정치권에서 자주 쓰는 레임덕(Lame Duck)이란 표현이 있다. 단어 뜻 그대로 표현하자면 절름발이 오리인데,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의미한다. 올 시즌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진 SK 와이번스에도 최근 이런 증상이 엿보인다.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염경엽 감독이 준비했던 2020시즌이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는 가운데, 감독마저 건강이상으로 현장을 오래 비우면서 최근 드러난 SK의 야구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우승을 다퉜던 팀의 야구가 이렇게까지 후퇴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6일 잠실 SK-두산전은 멘탈 게임인 야구에서 리더십의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이날 염 감독은 몸 상태가 다시 나빠져 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팀은 어수선했다. 선수들의 흐트러진 집중력은 무기력한 타격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SK 타자들은 6이닝 동안 두산 선발 함덕주가 고작 62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가도록 도와줬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이른 볼카운트에서 맥없는 스윙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려줬다. 제이미 로맥, 최지훈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보지도 못했다.

8일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는 10-2로 앞서다 역전패를 당했다. 4회까지 8점이나 앞서갔고, 7회까지 매 이닝 득점도 했지만 15-16으로 뒤집어졌다. 지는 팀에는 다 이유가 있다지만, 최근 10연패 동안 계속 투타의 엇박자가 나고 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침묵하고, 타자들이 잘 치면 투수들이 막아내지 못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로의 불만은 쌓인다. 팀은 더 가라앉고, 시즌 목표마저 사라지면서 선수들은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사실 어떤 감독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선수들을 통제하기는 힘들다. 개인사업자인 선수들이 팀보다는 자신의 연봉을 먼저 생각하는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들은 최대한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방지하고 싶어 하지만, 감독의 머리 위에서 놀 정도로 눈치가 빠른 선수들은 먼저 시즌의 성패를 짐작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야구를 시작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또 속내는 그렇지 않다고 선수들이 외쳐도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SK의 야구와 경기 결과는 집중력의 부족을 의심하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SK는 좋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었다. 2군에서 벌어진 하극상과 몇몇 선수들의 일탈행동도 그렇고, 외국인투수가 자기 마음대로 던지겠다고 하는 등 제대로 돌아가는 팀은 결코 아니다.

선수들이 유니폼 앞의 이름이 아니라 등 뒤의 이름을 위한 야구를 하면 벤치에 누가 있더라도 이기기는 어렵다. 야구는 팀플레이를 잘해야 선수들이 빛나고, 보는 이들도 좋아하고, 자주 이긴다. SK에는 뼈를 깎는 심정의 많은 결단이 필요할 듯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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