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뉴 삼성화재’의 공감배구…황경민과 이승원의 적응에 베팅하다!

입력 2020-09-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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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편집자 주>.

최근 수년간 투자와 성적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던 삼성화재는 고희진 제4대 감독 체제의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젊은 선수 발굴로 새롭게 방향을 잡았다. 선수수급시장의 불균형으로 공정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특별한 에이스에게 투자하기보다는 구단의 육성시스템을 믿어보기로 했다. 팀의 상징이었던 박철우를 한국전력에 내주고, 마지막 FA 영입선수였던 송희채를 우리카드로 트레이드한 것도 변화를 모색한 끝의 결과다. 이런 기조가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삼성화재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좋은 길을 찾아낼 것이다.

●‘뉴 삼성화재’의 바탕은 효율과 자율

뉴 삼성화재를 이끄는 고 감독은 ‘선수들이 와서 뛰고 싶은 팀’, ‘눈높이에 맞춘 공감(共感) 배구’를 모토로 내걸었다. 취임 후 많은 것을 바꿨다. 과거를 상징하던 엄격한 사생활 통제와 새벽부터 야간까지의 독한 훈련 모두 효율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런 변화를 통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짧은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훈련해 성과를 높이려고 한다. 자율과 선수들의 행복,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땀과 헌신의 가치도 물론 잊지 않는다.

새 시즌 베테랑 센터 박상하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새 얼굴이다. 제천 KOVO컵 후 낮은 공격력을 고민하던 고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주전 세터를 바꾸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형진과 맞교환된 이승원은 대상포진으로 한동안 고생했지만, 15일 한국전력과 연습경기에 처음 투입되면서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고 감독이 세터교체로 원했던 것은 2가지다. 백토스에 장점이 많은 이승원 효과로 새 외국인선수 바르텍의 공격지표가 상승되기를 바랐다. 우리카드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황경민과 좋은 호흡도 기대한다. 고 감독은 이승원에게 “나는 세터를 모른다. 경기 때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던 이승원은 트레이드 후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공격수들의 입맛에 맞춰 올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 진정한 팀플레이의 조율사로 변신해가고 있다.



●시즌 성패의 열쇠는 황경민-바르텍

우리카드에서 데려온 3년차 황경민의 성적은 새 시즌 삼성화재의 순위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리시브의 안정은 물론 클러치공격과 후위 때 수비 뒤치다꺼리 등 기대하는 것이 많다. 지난 시즌에는 이 역할을 송희채(168득점·공격 성공률 44.31%·리시브 효율 30.93%·범실 90개)가 주로 맡았다. 황경민은 우리카드에서 320득점, 공격 성공률 49.63%, 리시브 효율 46.32%, 범실 112개를 기록했다. 우리카드에서만큼만 해줘도 삼성화재에는 큰 플러스 요소가 된다.

황경민과 짝을 이룰 또 다른 레프트는 2년차 신장호과 정성규의 경쟁이다. 모두 서브에 장점이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 정성규는 임팩트 있는 플레이로 팀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신장호는 리시브가 안정적이다. 리베로로는 3년차 이지석이 낙점됐고, 시즌을 앞두고 임동호를 긴급 수혈했다. 여오현이 떠난 뒤 삼성화재는 항상 리시브가 흔들렸고, 과거 상대팀의 부러움을 샀던 정확한 2단 연결도 사라졌다. 시간이 필요한 디테일의 완성도가 변수다.

●롤러코스터 경기력과 바르텍의 좋은 인성

많은 선수를 내보내고 받는 바람에 아직은 경기마다, 세트마다 경기력의 편차가 크다. 젊은 선수가 많아서인지 분위기에 따라 출렁거린다. 고 감독은 최악의 경우를 걱정하지만 삼성화재가 닦아온 전통과 그동안 흘려온 땀을 믿는다면 여전히 기대치는 높다. 과거와 비교해서 높지도, 빠르지도 않은 공격을 얼마나 더 정교하게 만드느냐가 새 시즌 삼성화재의 숙제다.

새 외국인선수 바르텍에 대해선 내부 만족도가 높다. 그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는 에피소드 하나. 첫 훈련 날 구단은 바르텍에게 저녁을 대접했다. 훈련을 마치자마자 약속장소에 온 바르텍은 “급히 오는 바람에 선물을 놓고 와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선물은 정성스럽게 사인한 유니폼이었다. 새로운 팀과 사람들을 향한 존중의 자세를 봤기에 구단은 걱정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융화, 훈련 때 성실성 등은 합격점이다. 쉬는 날 아내, 반려견과 탄천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바르텍의 유일한 취미다.

성실성의 상징이던 센터 지태환은 양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다. 이르면 2라운드께 출전이 가능하다. 손태훈은 군에 입대했다. 당분간 박상하가 고군분투해야 할 센터진의 공백은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뛸 기회가 없었던 김시훈, 2018~2019시즌 수련선수로 입단한 김정윤, 대한항공에서 자유신분선수로 온 엄윤식이 메운다. 김정윤은 서브 능력이 뛰어나다. 이전보다 높이와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명 센터 출신 고 감독의 조련능력을 믿는다.

뉴 삼성화재는 모든 것이 새롭기에 시행착오도 분명 나올 것이다. 이럴 때 믿어야 할 것은 그동안 흘린 땀과 같은 배를 탄 동료, 뒤에서 지원할 프런트다. 고 감독은 “얼굴 찌푸리지 말고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하자. 편하게 코트에서 즐기자”고 당부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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