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승부처이자 ‘악명이 높은’ 11번, 12번, 13번 등 3개 홀을 통칭하는 말. 1958년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허버트 워렌 윈드 기자가 ‘샤우팅 엣 아멘 코너(Shouting at Amen Corner)’라는 재즈 곡에서 힌트를 얻어 처음 사용했다. 이 홀을 지나는 선수들의 입에서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해서 붙여졌다.
아멘 코너의 첫 홀인 462m 11번(파4) 홀은 페어웨이 왼쪽의 호수를 피하는 티샷의 정교함이 요구되고, 142m 파3 홀인 12번 홀은 그린 앞 ‘래의 시냇물’이라 불리는 개울과 뒤쪽 벙커 3개 등을 피해 좁은 공간에 공을 떨어뜨리는 정확한 아이언 샷이 필수적이다. 466m 짧은 파5 홀인 13번 홀은 투온이 가능해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이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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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코너에서는 그동안 숱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때론 웃었고, 때론 좌절의 눈물을 흘렸다. 최경주가 2004년 마지막 날 11번 홀에서 기적같은 이글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국내 팬들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최경주는 최종 단독 3위에 올랐는데, 이는 한국인 역대 마스터스 최고 성적이다. 1987년 래리 마이즈(미국)은 이 홀에서 열린 그렉 노먼(호주)과의 연장전에서 페어웨이를 놓쳤지만, 약 40m 거리의 칩샷을 버디로 연결하며 그린 재킷을 가져가기도 했다.
‘래의 시냇물’ 탓에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12번 홀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종종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건넸다. 2015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듬해 최종라운드 11번 홀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렸지만 12번 홀에서 공을 두 차례나 물에 빠뜨리며 4타를 잃고 2연패에 실패했다. 스피스는 2017년에도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6승을 거뒀던 베테랑 톰 와이스코프(미국)는 1980년 이 홀에서만 공을 5차례 물에 빠뜨린 끝에 무려 10타를 잃고 ‘데큐플 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13번 홀 역대 최고의 샷 주인공은 필 미켈슨(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최종 라운드 때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소나무 사이에 떨어졌지만, 미켈슨은 트러블 상황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컵 1.2m 거리에 볼을 붙인 뒤 버디를 잡았고 결국 개인 통산 3번째 마스터스 우승에 성공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