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7년 연속 정규투어 누비는 ‘레전드’ 홍란

입력 2020-11-19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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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란. 사진제공 | KLPGA

홍란(34·삼천리)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4년 KLPGA에 입회한 뒤 이듬해인 2005년 정규투어로 직행해 올해까지 16시즌 연속 정규투어에서 뛰었다. 그는 지난 주 끝난 2020시즌 최종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2020’에서 공동 45위에 오르며 시즌 상금 8306만 원으로 상금 순위 59위를 기록, 60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시즌 정규투어 출전 시드를 확보했다. 1986년 생으로 내년이면 서른다섯이 되는 홍란은 2021년에도 변함없이 정규투어 무대를 누빈다. 최종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홍란은 “내년에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번 겨울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내겠다”고 밝혔다.

시드 걱정? 난 긴장하지 않았다
매년 마지막 대회 때는 다음 시즌 출전 시드가 걸린 상금 60위 ‘커트라인’에 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진다. 순위는 불과 1계단 차지만, 60위와 61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61위는 지옥의 시드전으로 향해야 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 정규투어에서 뛸 수 없다. 이번 시즌 최종전을 앞둔 홍란의 상금 순위는 59위였다. 16년 연속 정규투어에서 뛰면서 단 한번도 다음 시즌 시드를 걱정할 정도로 상금순위가 밀린 적이 없던 터라 주변에선 ‘걱정’했지만, 오히려 본인은 “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상금 차이가 적지 않아 내가 스스로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면 (60위 이내를) 유지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누가 보면 상금왕 다툰 줄 알겠다.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정규투어 16년차가 돌아본 2020시즌은 어떨까. “16년째 정규투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중간에 한 달 이상 쉬었다가 시즌 막판에 대회가 몰리는 등 일정이 불규칙해서 기량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투어 생활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
그가 걷는 길이 KLPGA의 역사가 된 지 이미 오래. KLPGA 투어 최장기간(16년) 연속 시드 유지와 최다 경기 출장(331대회)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그가 내년 다시 필드에 서면 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그러나 언제나 현역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번 시즌을 끝으로 4살 아래인 허윤경(30)이 은퇴했다. 홍란은 “누구나 각자의 길이 있겠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큰 결정을 한 후배들을 보면 그 선택을 축하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담히 덧붙인 말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느 순간, 힘이 들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은퇴를 하지 못한 것은 순간의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이 길을 걷다보니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게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성적에 욕심을 냈을 때 더 힘들고 지쳤던 것 같다. 그런데 (욕심을 버리니) 언제부터인가 점점 더 즐겁게 투어를 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놀라고, 힘을 얻는다. 투어 자체가 점점 더 재미있어 진다. 은퇴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
최장기간 연속 시드 유지는 빼어난 기량과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기록. 홍란이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그가 꼽는 ‘롱런’의 비결은 꾸준한 근력 운동과 골프와 삶의 적절한 밸런스 유지, 그리고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스폰서 삼천리와의 운명적인 만남 등 세 가지 원동력 덕분이다.

“올 시즌 돌아보면 초반에는 드라이버나 롱게임이 부족했고, 후반에는 퍼팅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그는 “아직 비시즌 훈련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점검을 해 볼 생각”이라며 “내년에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번 겨울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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