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 주식처럼 저작권 사고 팔고…누구나 음악의 주인

입력 2020-12-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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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중음악산업과 팬덤의 진화…저작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

저작권 일부를 경매로 팬들과 공유
창작자와 플랫폼 이용자 모두 혜택
작곡가 박근태 “에너지 충전의 계기”
이단옆차기 “새 창작자금 마련 창구”
대중음악산업 생태계 선순환 역할
그룹 방탄소년단이 최근 앨범 ‘BE’와 수록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메인 앨범과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또 3일 뮤지션의 인기와 인지도를 기준으로 삼는 ‘아티스트 100’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3관왕’을 이룬 사상 첫 그룹이 됐다.

모두 글로벌 팬층이 두터웠기에 가능했다. 특히 한국어 노랫말의 ‘한계’로 빌보드 차트 순위 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라디오 방송 횟수가 비교적 적었음에도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실적과 실물 앨범 판매량 등에 기대 정상에 올라 현지 팬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구매 참여의 힘을 보여줬다. 방탄소년단은 이에 힘입어 전 지구적 문화현상으로 꼽힌다.


이처럼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인 팬들은 개별적으로 혹은 ‘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가수와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왔다. 앨범과 노래, 콘서트와 팬미팅 등 가수의 작품과 무대를 듣거나 바라보며 환호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제 팬들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사례처럼 팬들은 대중음악산업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고 있다. ‘팬덤(fandom)’으로 표현되는, 특정 가수와 음악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이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은 대중음악산업의 흐름 을 바꿔 놓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팬덤, 적극 참여자로 대중음악 콘텐츠 가치 공유”

팬덤의 변화는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향한다. 음원·앨범 등 가수와 작곡·작사가 등 창작자의 작품을 단순히 듣고 즐기는 수용자이자 소비자의 위치를 넘어서고 있다. 다양한 SNS를 바탕으로 창작자와 적극 소통하는 과정에서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공유하며 이를 대중적으로 더욱 확산하려는 시도이다. 세계 최초의 저작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의 성장은 이 같은 변화를 확연히 보여준다.


뮤직카우는 가수와 작곡·작사가 등 대중음악 저작권자로부터 매입한 저작권 일부를 온라인 경매(옥션)를 통해 팬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10월 말 기준 20만여 이용자를 확보했다. 뮤직카우는 “2019년 이용자가 전년보다 471.6%가 늘어났다. 거래 규모도 5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매출도 2019년 전년대비 69.2%, 올해는 지난해보다 잠정 145% 증가한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용자들의 참여는 가수 등 창작자들의 예술적 감성은 물론 메시지와 철학을 함께 나누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통해 팬덤과 창작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성장해간다. 그룹 god의 ‘하늘색 약속’과 수지·백현의 ‘Dream(드림)’ 등 자신의 저작권 일부를 옥션에 내놓은 스타 작곡가 박근태는 “제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과 음악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창작 당시 에너지를 다시 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팬덤과 창작자의 성장…대중음악 생태계 선순환의 바탕

이는 대중음악 콘텐츠의 저작권료 등 유형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힘이 된다. 뮤직카우의 옥션은 특정 음원과 노래의 이전 저작권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한 금액을 해당 가치만큼 주식처럼 1주씩 분할해 온라인 경매에 붙이는 방식이다. 옥션 참여자들은 좋아하는 노래에 투자한 뒤 낙찰 과정을 거쳐 매년 일정 금액의 저작권 수익을 얻는다. 저작권자의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이 보장되는 만큼 이용자들은 거의 평생 관련 수익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뮤직카우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이용자들의 구매가 대비 실제 저작권료 평균 수익률 이 연 9.1%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용자간 거래도 가능해 연 1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용자 김모씨는 뮤직카우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장하고 저작권료도 가지면서 아티스트에게 일부 수익금이 전달돼 후원하는 구조”라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이용자=팬덤’의 참여로 창작자들은 새로운 창작활동의 바탕을 마련한다. 저작권 양수도 과정에서 창작자들은 산정된 저작권의 미래가치를 한번에 받는다. 또 옥션 진행 이후 상승분 50%를 추가로 얻는다.


‘이용자=팬덤’의 적극적 참여로 형성된 음악 콘텐츠의 또 다른 가치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중음악 생태계를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순환하게 하는 든든한 물적 토대인 셈이다. 케이윌의 노래 ‘촌스럽게 왜 이래’와 정은지의 ‘하늘바라기’ 등을 통해 참여한 스타 작곡가 이단옆차기의 박장근은 “창작자들이 새로운 창작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중적으로 더욱 확산하는 추세이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같은 기간까지 옥션에 다양한 장르의 650여곡이 올라 700% 증가세라고 밝혔다. 박근태와 이단옆차기를 비롯해 윤상, 하광훈, 쿠시 등 130여명의 대표적인 창작자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역시 지난해 3분기 대비 160%가 늘어난 규모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주어진 창작지원금은 누적 약 13억원에 달한다.


뮤직카우 정현경 대표는 3일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의 주인이 되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미, 또 소비자와 창작자를 비롯한 제작자 등 플랫폼 이용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 역시 예측이 가능하고 연금 같은 성격의 방식이 안정적이라며 호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수 태진아와 쿨의 이재훈, 소찬휘, 김원준, 김재환, H&D 등 가수들이 영상으로 힘을 보탠 것도 팬들과 새롭게 소통하는 방식과 대중음악 생태계의 선순환 등에 공감한 덕분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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