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150억, 기준 낮아진 오버 페이…살길은 물밑 거래?

입력 2020-1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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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대부분 구단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오버 페이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합리적 금액’이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평균 15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증발한 올해는 ‘합리’의 기준은 더 낮아졌다. 알짜배기 FA 자원이 와르르 쏟아진 스토브리그지만 돈 잔치를 펼칠 팀이 많지 않은 듯하다.

올해 KBO리그는 전체 720경기(팀당 144경기)를 축소 없이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관중이 함께한 건 143경기(19.9%)뿐이다. 티켓은 물론 구단 상품의 판매 실적, 관중석 내 음식물 섭취불가로 인한 F&B 수익까지 모두 바닥을 쳤다. 당장 내년 광고료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팀도 있다. 지방 A팀 고위 관계자는 “팀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15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증발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모기업에 손을 뻗기도 어렵다. 구단은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

올해 성적을 낸 팀은 당장 내부 FA는 물론 선수 연봉협상 예산 책정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느 때보다 무게감 있는 고액 연봉 선수의 방출이 즐비하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활용폭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그렇다보니 FA 시장에서 큰 돈을 지르기도 쉽지 않다. 주머니에 총알이 많지 않은 데다 모기업과 국민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다. 올 겨울은 FA 투자를 위해 모기업에서 돈을 타오는 역량보다는 팀에 맞는 퍼즐을 끼워 넣는 능력이 더 요구된다. FA보다는 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FA 시장이 장기전 국면으로 전환돼 시장가가 달라진다면 흐름이 바뀔 수 있지만, 일부 팀은 개장 전부터 참전에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레이드는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성사된다. 카드를 백 번 맞췄을 때 두세 건의 거래가 성사된다. 하지만 올해는 FA 참전 없이 보강이 필요한 팀이 여럿 있다. 이해관계의 기준점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팀은 2020시즌 주전급으로 뛰었던 선수도 트레이드 매물로 활용 중이다. 협상 테이블에 오르내리는 선수들의 이름값이 예년에 비해 훌쩍 높아졌다.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타자나 선발진에 힘을 보탠 이도 거래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두 건의 트레이드(LG 트윈스↔NC 다이노스, KT 위즈↔롯데 자이언츠)가 성사됐는데, 신호탄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시 찾아온 단장의 시간. 올해의 협상 테이블은 예년보다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차려지는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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