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자연인’ 이동국, “그라운드 컴백? 은퇴 후의 삶, 충분히 누리고”

입력 2021-0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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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이동국(왼쪽)은 순조롭게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던 과거와 잠시 이별했다. 지난해 11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우승을 확정한 직후의 이동국. 스포츠동아DB

“쉼 없이 달려왔다. 모든 걸 잊고 지낸다. 그래도 되지 않나?”

그라운드를 향해 힘찬 사자후를 내뿜던 ‘라이언 킹’ 이동국(42)은 ‘자연인’의 삶에 잘 적응하고 있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K리그를 지켜왔지만, 나약해지고 조급해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서 23년간의 프로생활을 마친 그는 1~2년 정도 재충전한 뒤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모두의 박수 속에 유니폼을 벗은 이동국은 새해를 맞아 “이제 몸이 아프지 않다. 선수로 뛰었을 때는 경기가 끝난 뒤 온 몸이 아파 참 힘들었는데 지금은 통증이 전혀 없는 게 신기하다. 사실 근육이 좀 아파도 걱정할 필요도, 걱정할 사람도 없다”며 활짝 웃었다.

솔직히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성공적인 선수경력을 이어왔지만 ‘사회인 이동국’은 낯설어서였다. 수년 전부터 은퇴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어도 ‘선수 이동국’처럼 잘하리란 확신은 없었다. 다 내려놓은 상황에서의 허탈감도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잘 버텨내고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없었던 것을 많이 하고 있다. 몸 관리를 위해 금기된 음식도 많이 먹고 있다. 라면이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는지 요즘 새삼 느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거의 손을 대지 못했던 라면과 달달한 과자 등을 적당히 섭취하듯 생활 패턴은 많이 바뀌었다. 몸 관리의 아이콘으로 통한 이동국은 지극히 단조로운 루틴으로 살았다. 때가 되면 적당히 먹고, 낮잠을 잤고, 훈련 후에는 냉·온탕에서 지친 근육을 풀어줬다. 비시즌에도 적당한 시간을 운동에 할애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2009년 전북 현대로 이동국을 불러들여 사제의 연을 맺은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은 “(이)동국이는 수도승처럼 살았다. 나이 먹어도 바뀌지 않는 생활태도와 모습은 후배들에게 굉장히 큰 자극을 줬다. 존재 자체가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당연히 결과가 좋았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1998년 프로로 데뷔해 베르더 브레멘(독일), 광주 상무(현 김천 상무), 미들즈브러(잉글랜드),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거친 그는 전북에서만 트로피 10개를 챙겼다. K리그 8회(2009·2011·2014·2015·2017·2018·2019·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회(2016년), FA컵 1회(2020년)다.

그래서 지금이 특별하단다. 프로 코치로 활동할 자격이 부여되는 A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이수했음에도 서두르지 않는 이유다. 많은 것을 이뤘기에 급하지 않다. “그동안 누리지 못한 일상을 즐겨야 한다. 미처 눈여겨보지 않은 삶도 만끽하고 싶다.”

방송 출연 요청도 끊이질 않는다. 낚시, 모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외 요청이 줄을 잇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쉬움 따름이다. 특히 테니스 유망주인 쌍둥이 큰 딸 재아의 투어 경기를 관전하지 못해 안타깝다.

“(코로나19) 사정이 좋아지면 학부형으로 딸 대회도 찾아가고, 해외여행도 떠나 마음 편히 스포츠도 관전하고 싶다. 마냥 쉴 수 없겠지만 남편으로, 아빠로 부족한 점수를 더 채우려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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