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소형준 동반 인터뷰①] “소형준, 나보다 대단”-“백호 형 없었으면 13승 힘들었죠”

입력 2021-01-01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강백호(왼쪽)와 소형준은 소속팀 KT는 물론 한국야구의 보배들이다. 각기 프로 4년차, 2년차를 맞은 2021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강백호는 “형준이와 함께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며 국가대표로도 동반 활약을 다짐했고, 소형준은 “백호 형이 길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난 그 길을 그저 묵묵히 걸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안타 못 치고 벤치 들어오죠? 얘가 얼마나 놀리는지….” (강백호)
“형도 수비할 때 장난 엄청 치잖아요. 그 덕에 긴장이 풀려요.” (소형준)
2018년, 한국야구는 새로운 괴물의 탄생을 지켜봤다. 강백호(22·KT 위즈)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려내며 강력한 인상을 남기더니 그해 고졸신인의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웠다. 신인상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2년차-3년차 징크스를 차례로 격파했다. 강백호는 이제 KT는 물론 한국야구의 차세대 중심타자로 꼽힌다.

정확히 2년 뒤, 또 한 명의 괴물이 수원에서 탄생했다. 이번엔 타석이 아닌 마운드였다. 소형준(20·KT 위즈)은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고졸신인 10승 반열에 오르며 당당히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장차 KT는 물론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힌다. 스포츠동아는 2021년 신축년을 맞아 지금 한국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두 사나이를 만났다. 이들은 각자 천재의 자부심을 한껏 발휘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고마움, KT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애리조나 스테이크부터 시작된 후배사랑
- 숨 가빴던 2020년이 끝났다. 지금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강백호(이하 강) “평일에는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만 한다. 지난해처럼 서울에 자취방을 구하진 않았지만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운동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2주 정도 빠르게 운동을 시작했다.”

소형준(이하 소) “나 역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주말에는 쉬고 있다. 사실 시즌 끝나고 체력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는데 금방 회복됐다. 조금 쉬었더니 다시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고 전부 소화하는 중이다. 주위의 관심이 감사하다.”


- 많은 이들이 2020년 소형준을 보면서 2018년 강백호를 떠올렸다.

강 : “솔직히 형준이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고졸신인에게 프로 데뷔시즌이 얼마나 떨리는지 2년 전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데, 형준이는 나보다 더 성숙한 것 같다. 내가 승부욕이 강해 많이 흥분하는 타입인 반면, 형준이는 침착함을 유지한다.”

소 : “아무래도 타자와 투수가 다르니까 평정심을 잘 유지하려고 한다. 멘탈이 흔들린 뒤 크게 무너진 경기가 있어서….”

소형준이 언급한 경기는 5월 21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다. 데뷔 첫 2경기에서 2승을 챙겼던 상황. 소형준은 이날 0-1로 뒤진 3회초 2사 만루에서 이성열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1루수 강백호가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를 해냈다. 곧장 토스했지만 소형준은 베이스 커버에 실패했다. 소형준은 3회에만 7실점하는 등 5.1이닝 8실점으로 프로 첫 패를 기록했다.

강 : “내가 그렇게 잘 잡아줬더니…(웃음). 그래도 형준이가 대단한 게 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수비하더라. 실패 속에서 뭔가를 얻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얘는 그걸 해냈다.”

소 : “백호 형은 물론 (박)경수 선배, (황)재균 선배, (심)우준이 형 등 모든 내야수 선배들이 어려운 타구를 많이 잡아주셨다. 땅볼이 많은 유형의 투수라 이런 도움이 컸다.”

강 : “땅볼 투수라고 수비수가 특별히 긴장하진 않는다. 반대로 수비 입장에서 형준이가 등판하면 마음이 편하다. 제구가 워낙 좋고 빠른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승부를 하니까 집중도가 올라간다. 선순환이 있는 것 같다.”

소 : “백호 형이 없었으면 13승을 거두는 등 올해처럼 활약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데리고 나가서 스테이크를 사주셨다. 시즌 중에도 야구장 바로 근처인 백호 형네 초대를 받아 집밥도 먹었다. 야구 외적으로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강 : “13승에 내 지분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웃음). 챙긴다기보다는 동반자인 것 같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어린 선수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다. 서로 배울 거 배우면서 같이 가는 관계지, 내가 따로 챙기는 건 없다.”

KT 강백호(왼쪽)와 소형준.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내가 투수였으면 넌…” vs “그래도 제가…”
4년차 강백호와 2년차 소형준은 각자의 영역에서 천재로 불리지만, 한솥밥을 먹고 있으니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상대할 기회가 없다. 한국야구 최고의 투타 유망주의 맞대결은 자체 청백전에서나 가능하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가정. 때문에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렸던 청백전의 기억은 둘 모두에게 여전히 뚜렷하다.


소 : “백호 형을 처음 상대했던 날이 선명히 기억난다. 시즌 전 청백전 때였는데 첫 타석에 2루타를 맞고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잡아냈다. 2타수 1안타다.”

강 : “중요한 건 둘 다 정타였다. 경기 끝나고 형준이가 ‘공이 어떻냐’고 물어보기에 ‘이걸로는 절대 안 된다’라고 했다(웃음). 이 변화구는 이래서 아쉬웠고, 다음엔 이런 식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등 자체 피드백을 해줬다.”

소 : “지금 돌아봐도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강 : “무슨 큰 도움이 되나. 13승 투수한테 내가 감히…(웃음). 나도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를 해봤지만 스타일이 아예 다르다. 난 힘으로 윽박지르는 타입이었다. 반면 형준이는 힘도 있는데 공의 움직임까지 좋다. 고등학교 때까진 내가 좀 더 나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나랑 비교도 안 될 투수다.”

소 : “백호 형 고등학교 때는 아우라가 엄청난 선배였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최고였다.”

강 : “형준이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아마 내가 투수를 계속 했으면 지금의 소형준이 없지 않았을까(웃음).”

소 : “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백호 형은 전력투구 하는 스타일이니까 선발로는 힘들지 않을까. 반면 나는…(웃음).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백호 형 타석 때 벤치에 있으면 언제라도 ‘쳐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그런 확신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청백전 때도 승부해봤지만 정말 어려운 타자다. 물론 기대가 크니까 안타를 못 쳤을 때 아쉬움도 크다.”

강 : “안타 못 치고 들어오면 어찌나 놀려대는지…. ‘라떼’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웃음).”

소 : “백호 형은 타석에서 해준 것도 크지만 멘탈적인 부분에 더 큰 도움을 줬다. 내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 1루에서 농담을 던지며 긴장 풀어주는 역할을 해줬다. 아마 백호 형이 외야수였다면 누리지 못했을 효과였을 것이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강백호와 소형준의 유쾌했던 동반 인터뷰는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