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왼쪽),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KOVO
10일에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OK금융그룹과 경기 도중 사자후를 토했다. 관중이 없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엄청났다. 1세트 21-19로 앞선 가운데 상대 외국인선수 펠리페의 공격이 엔드라인 부근에 떨어지자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뒤였다. 판독 결과 ‘인’으로 선언되자, 뒤로 돌아서서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최 감독은 19-16에서도 다우디의 후위공격자 반칙 여부를 놓고 비디오판독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시즌 리빌딩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두 감독의 행동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수들에게 전하려던 메시지다. 고 감독은 직설적이었다. 실책을 할 수는 있지만, 미안함으로 그치지 말고 경기에 더 집중하라는 주문이었다. V리그의 특징적 장면 중 하나가 실책을 한 뒤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한 손을 들어 ‘마이 미스’라고 인정한다. 외국인선수들도 따라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이야 비난 받을 이유가 없지만 손을 든다고 해서 실책에 따른 면죄부를 받지도, 정당화되지도 않는다. 경기에서 범실은 피할 수 없으나 모든 범실이 용납되진 않는다. 그래서 고 감독은 “미안 미안 하면 져요”라고 외쳤다.
최 감독이 2차례나 맹렬히 항의하고 큰 소리를 지른 이유도 비슷하다. 비록 이번 시즌 리빌딩 과정이라 성적을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1점과 승리의 가치를 하찮게 여겨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그래서 더욱 큰 동작으로 항의하고 의도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최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혹시라도 리빌딩을 핑계 삼아 느슨해질 것을 우려했다.
약팀일수록 선수들은 팀워크를 먼저 생각하며 동료의 실수를 감싸주려고 하지만, 이것이 최선은 아니다. 허물을 감싸주는 것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동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강팀 선수들은 서로의 플레이에 관대하지 않고 엄격하다. 최고의 팀 구성원으로 필요한 요구도 많다. 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거나 견디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그래서 구성원 모두가 최고의 플레이를 할 때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제 두 감독이 전한 메시지에 선수들이 어떻게 화답할지가 궁금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13일 천안에서 4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시즌 상대전적에선 현대캐피탈이 2승1패로 앞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