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키움은 12일 2021시즌 연봉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이정후는 올해 5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3억9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41%) 오른 금액이다. 팀 선배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보유 중이던 역대 KBO리그 5년차 최고 연봉(3억2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신기록을 썼다.
이정후는 지난해 140경기에서 타율 0.333, 15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1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KBO리그 2루타 신기록(49개)도 세웠고, 선배 박병호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4번타자까지 맡으며 주가를 올렸다. 대폭 인상은 당연했는데, 키움은 선수의 자존심까지 확실히 챙겼다.
‘바람의 손자’는 2년차인 2018년 1억1000만 원에 도장을 찍으며 2년차 연봉 신기록을 세웠다. 2007년 류현진(1억 원)을 넘어섰다.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이정후가 밟아온 길을 다른 ‘슈퍼 루키’들이 채우고 있다. 1년 후배 강백호가 2019년 1억2000만 원으로 경신했는데, 올해는 소형준(이상 KT 위즈)이 1억4000만 원으로 더 높였다. 이정후가 닦은 길을 후배들이 넘고 있는 셈이다.
선수 본인도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정후는 계약 직후 “매년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는 구단에 감사드린다. 만족스러운 계약을 하게 돼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김)하성이 형이 빠졌지만 키움의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빈자리를 나부터 잘 메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프로 첫 우승 도전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한편 키움의 간판타자 박병호는 1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20억 원에서 5억 원(25%) 삭감된 액수다. 부상과 부진으로 키움 이적 후 가장 나쁜 성적을 거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팀 내 최고 연봉자라는 상징성은 지켰다.
다만 2021시즌 후 박병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5억 원 삭감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FA 등급제에 따르면 박병호는 C등급으로 분류된다. 박병호가 FA 이적을 택한다면 새 팀은 보상선수 없이 올해 연봉의 150%만 키움에 지급하면 된다. 연봉 5억 원 삭감으로 보상금도 7억5000만 원 줄게 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