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그맨 최성민 “난 ‘프로받침러’…제2의 유재석이 목표죠”

입력 2021-02-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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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최성민은 tvN 개그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누적상금 1위 기록에 대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코미디 빅리그 최다우승·누적상금 8억원…‘스타메이커’ 최성민을 만나다

동료가 더 웃기도록 받쳐주는 역할
동시에 코너 3편, 패션쇼 저리가라
내 아이디어 비결은 영화와 드라마
“tvN ‘코미디 빅리그’(코빅) 최다 우승, 누적 상금 1위.”

개그맨 최성민(39)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일궈온 성과이다. 양세형, 이용진, 박나래, 이국주 등 쟁쟁한 개그맨들과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아 ‘독주체제’를 구축한 지 오래다. 그 사이 한 쿼터(분기)의 최종 우승팀에게 주는 3000만원의 상금이 쌓였다. 2월 현재 누적 상금만 8억여원에 달한다. 함께 코너를 채운 문세윤, 황제성, 양세찬, 장도연 등 동료들도 방송가의 손꼽히는 ‘예능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과로 최성민은 ‘스타메이커’란 별칭을 새로 얻었다.

3일 서울시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최성민은 “정말 기분 좋은 별칭”이라면서도 “저 또한 곧 빛날 ‘숨은 진주’”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 손에서 장도연 ‘Y춤’·이진호 ‘세자책봉’ 탄생”
쿼터마다 최대 3편의 코너를 무대에 올린다. 최근에는 양극단의 연애 방식을 소개하는 ‘1%’, 좀비가 된 왕과 간신들의 이야기 ‘쇼킹덤’, 요절복통 버스의 하루를 그린 ‘버스기사 황덕섭’에 출연 중이다.


- 2012년 ‘코빅’에 출연하기 시작해 현재 누적 상금 1위다.

“총 8억여 원이 됐는데요. 팀원들과 나누고, 세금도 떼고 하면, 실제 수령액은 3억 원 가까이 됩니다. 쉽게 기록이 깨지진 않을 거예요. 하하하!”


- 지금은 3편의 코너에 동시 참여하고 있다.


“정말 정신없어요. 패션쇼 현장과 비슷해요. 무대 내려오자마자 후다닥 옷 갈아입고 분장 고치고 하면, 어느새 다시 무대에 올라야 하죠. 준비하는 일주일도 금방 간다니까요. 기획부터 연기, 소품 체크까지 하는 데다, ‘더 재미있는 것 없나?’ 하면서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하거든요. 끝이 없어요.”

개그맨 최성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코너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주로 동료들의 행동을 상상해요. 평소 선후배 개그맨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들의 습관적인 동작이나 소리를 활용하죠.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봐요. 사소한 대사 하나라도 ‘저거 괜찮은데?’ 하며 메모하면 쓸모가 있거든요. ‘쇼킹덤’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보다 아이디어가 생각나 만들었어요.”

그의 손을 거친 유행어도 적지 않다. 2015년 ‘여자사람친구’에서 선보여 이제 장도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Y춤’, 2016 년 ‘왕자의 게임’에서 이진호가 시시때때로 외친 “세자 책봉!”, 2018년 ‘연기는 연기다’에서 황제성이 손바닥에 쓴 ‘와’ 등이 그렇다.


- 수많은 유행어를 만든 주인공인데.

“제가 만들었다기보다 그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 해본 것을 봐두었다 ‘그거 좋은데?’라며 코너에 넣어 빛을 본 경우죠. 결국 도연이나 제성이, 진호가 잘 살려낸 겁니다. 저는 웃음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 질투가 나진 않았나.

“주변에서 ‘배 아프지 않냐’고 정말 많이 물어요. 전혀요! 제가 잘하는 건 이들의 개그가 더 웃기도록 ‘받쳐주는’ 역할이에요. 각자 할 일을 한 것뿐이고, 동료들이 제 몫을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예능프로그램 같은 새 무대에서도 잘 된 거예요. 진심으로 기뻐요.”

개그맨 최성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최종 꿈은 ‘제2의 유재석’”
최근 ‘스타메이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내 손으로 키웠다”며 서로 농담할 만큼 절친한 문세윤과 황제성을 비롯해 장도연, 양세찬 등 동료들이 작년 연말 각종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덕분이다.


- 주인공으로 나서고 싶을 법도 한데.

“‘받쳐주는’ 일이 쉬워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아요. 개성 강한 개그맨들의 중심을 잡는 거니까요. 야구로 치면 포수처럼 흐름을 관장하고 경기에 꼭 필요한 인물이죠. 그에 대한 긍지가 있어요. 그리고 저만의 방식으로 언젠가 환하게 빛날 거라 자신하고요.”


-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누군가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고민하는 것. 그걸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컨택’이라고 표현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회의시간뿐 아니라 쉴 때, 동료들과 술 한 잔할 때에도 계속 고민해야 해요. 친구들이 ‘직업병’이라면서 자주 혼내죠.”


- 토크쇼 진행자로는 최적의 소양 아닐까.

“맞아요. 맡겨만 주신다면 잘할 자신 있어요. 하하하! 주변 사람의 캐릭터를 금방 파악해 끄집어내주는 역할을 유재석 선배님이 정말 잘하시잖아요. 감히 꿈꾸건대, ‘제2의 유재석’이 되는 게 최종 목표에요.”

물론 당장의 목표는 따로 있다. 올해 9월 방송 10주년을 맞는 ‘코빅’의 폭발력을 더욱 키우는 일이다. 김용명 등 ‘맏형 라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벌써 특집을 고민 중이다.


- ‘코빅’ 후배인 김해준, 이은지 등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엄청 뿌듯해요. 해준이는 제가 MBC ‘놀면 뭐하니?’에 나가는 꿈도 꿨어요. 꿈을 꿨다고 말해준 다음날 실제로 해준이에게 섭외 전화가 갔고요. ‘어머나, 이제 됐다!’ 싶더라고요. 제 일처럼 신났죠. 신인 발굴에 대한 부담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탁 놓여요.”


- ‘코빅’은 방송가에 유일하게 남은 개그프로그램이다.

“사명감이 엄청나요. 그만큼 개그맨들도 애정을 쏟고요. 다만 더 넓은 마음으로 개그를 바라봐 달라고 시청자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개그가 실패하는 것만큼 개그맨들이 좌절하는 건 없거든요.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파하∼’ 하고 한 번 웃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개그맨 최성민 프로필

▲ 1982년 1월27일생
▲ 2005 년 SBS 8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 2006년 SBS ‘웃찾사’·코미디대상 신인상
▲ 이후 ‘퀴즈야 놀자’ ‘파티타임’ 등 코너 진행
▲ 2012 년 tvN ‘코미디빅리그’·챔피언스리그 최종 1위(‘까푸치노’)
▲ ‘캐스팅’·‘깝스’·‘리얼극장 초이스’ 등으로 쿼터 우승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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