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3연임’ 정몽규 KFA 회장, “불확실의 시대…위기 속에 기회가”

입력 2021-0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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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대로와 한강, 그 사이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성지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이곳에서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9·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3일 마주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대기업 총수지만, 환경이든 터전이든 이렇듯 축구와 스포츠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3연임에 도전하면서 내심 고민이 컸다. “내가 축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생각해봤다. 분명 발전한 부분도 있는데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란 걱정도 있었다. 가족들은 ‘8년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하더라”며 최근의 선거 국면을 떠올린 정 회장을 붙잡은 것은 책임감이었다.

정 회장은 “축구인들이 그러더라. ‘프로젝트를 완수한 건 없지 않냐’고. 책임의식을 느꼈다. 디비전 시스템과 제2축구종합센터 준공, 여자와 유소년축구 저변 확대 등 완수해야 할 임무가 적지 않다. 앞으로 4년, 여기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걱정하지 않는다. 영원한 어려움이 아니라서다. 오히려 긍정적 측면을 바라봤다. 정 회장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코로나19 시대’가 앞당겼다. 개혁과제에 빨리 뛰어들게 됐다. 다들 위기를 이야기하는데, 이럴수록 빨리 대응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면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어제의 8년, 내일의 4년
-지난 8년의 성과가 있다면? 당초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

“그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된 부분은 축구협회의 재산으로 한국축구의 유산을 쌓아갈 터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축구의 요람인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가 여건상 적극적 투자가 어려웠는데 환경이 달라졌다. 또 젊은 직원들과 축구인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회장으로서 궁극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축구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다. 또 투명하게 협회를 운영하려 한다. 아직 온전한 승강제가 구축되지 않았으나, 협회가 많은 정성을 쏟는 디비전 시스템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도자·선수·심판들의 공정한 평가, 투명한 팀·조직 운영 등을 확인받을 기회다.”


-젊은층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인재 육성은 우리의 핵심 가치다. 당장 K리그가 22세 이하 연령 선수들을 의무 출전시켜 기회를 열어주지 않나. 그렇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낼 환경과 틀을 닦고 있다. 좀더 기회를 확대하고 싶다.”


-코로나19로 A매치와 스폰서란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의 취약성이 확인됐다.

“A매치의 중단과 리그 축소는 여태 상상할 수 없었다. 물론 불가항력적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스폰서는 중·장기계약을 맺은 상태라 큰 타격이 없었다. 경기당 계약이 진행되는 중계권은 걱정스러웠다. 일단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뉴미디어 시대를 준비할 때도 됐다. 또 수입 다변화는 아주 중요하다.”

발전할 한국축구
-‘무빙 포워드(Moving Forward)’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끊임없는 도전의지다. 다양한 실천과제들이 있다. 유소년축구부터 프로까지 탄탄한 피라미드 구조로 바꿔야 한다. 여자축구와 지도자·심판강사 육성, 수익모델 다변화 등도 함께 이뤄야 한다. 뿌리부터 단단한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여자축구 발전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개한다면?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고민이 더 필요하나 분명한 것은 여자축구는 어느 정도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남자축구와 다르다. 학부형의 관심과 인재 풀 모두 마찬가지다. 남녀학생들이 초등학교 레벨에선 4대4, 5대5, 나아가 8대8 축구를 함께하고, 여학생들의 대회 출전을 유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여학생들이 축구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 환경을 협회가 만들어야 한다.”


-풀뿌리,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이 크다. 개방형 클럽 확대와 경기실적 평가지표 개선은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우수한 재능을 기르기 위해 개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 당국과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현 시스템에선 공부와 운동을 완전히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경기인들이 등장할 수 있다. 좋은 선수, 좋은 지도자가 그렇게 탄생할 수 있다.”


-지도자·심판 교육도 꼭 필요하다.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역할의 다양화가 핵심이다. 축구를 잘 했다고, 또 잘 안다고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 코칭 기법과 교수법, 영상편집, 심리 파악 등 다재다능해야 한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강사 풀을 넓혀야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심판으로 키울 수 있다.”


-FA컵 운영과 아마추어축구, 군축구의 발전과 제도적 지원 계획은?

“FA컵 관심 확충을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찾고 있다. 또 리그컵을 비롯한 기타 대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시즌 초부터 어린 선수들이 두루 참여할 무대가 필요하다. 군축구도 중요한 축이다. 군축구의 활성화와 입대 연령의 젊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및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

세계 속 한국축구
-불확실의 시대다. 카타르월드컵과 도쿄올림픽을 위해 협회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아무래도 월드컵과 올림픽이 협회 지원의 최우선 순위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플레이오프(PO)는 4월로 연기됐고, 3월 예정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도 현재로선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알려졌지만 특정 지역에 모여 잔여 예선을 소화하는 형태도 고려되고 있는데, 이 경우 협회 수익 및 경기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개최하는 방안도 모색하지만, 정부 당국과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


-여자월드컵이나 아시안컵 유치 계획은 있는가?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가 이뤄지고 있고, 협회부터 바뀌고 있다. 여자축구 발전은 협회의 중요한 비전 중 하나다. 상황에 따라 2027년 여자월드컵 유치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정부 협조가 중요하다. 여론의 관심도 필요하다.”


-한국축구의 외교 행정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이미 아시아축구연맹(AFC)에는 여러 한국인 임직원들이 진출한 상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한국인이 활동 중이다. 물론 FIFA를 비롯한 국제기구로의 진출 계기를 마련하는 건 중요한 과제다.”


-회장 본인의 FIFA 진출을 위한 도전 계획은 있는지?

“당장은 이야기할 수 없으나 기회가 닿는다면 국제축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9프랑스여자월드컵 현장에서 인판티노 회장에게 여자월드컵 참가국을 32개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곧장 정책이 추진됐다.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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