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원 산하 유스팀인 매탄중 시절,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학을 떠났던 백승호는 K리그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전북 현대가 유력한 행선지로 떠올랐었다. 주요 독일 매체들도 “백승호의 전북 이적이 유력하다”고 보도했었다.
문제가 있었다. 과거의 합의다. 백승호는 2009년 매탄중 입학이 결정됐는데, 2010년 3월 바르셀로나 유학 기회가 생겼다. 당시 양측은 매탄고 진학까지 약속하며 3년간 매년 1억 원씩 지원하는 합의서를 썼고 실제 이행됐다.
이후 백승호와 바르셀로나의 계약이 연장되고 매탄고 진학이 어려워지자, 2013년 초 2차 합의서를 작성했다. 여기에 ‘K리그 복귀 시 수원에 입단하며 위반 시 지원비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북과 협상은 중지됐다.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 파악됐으니 계속 논의하기 어려웠다. 만나면 항상 치열하게 싸우지만, 전북은 리그 동업자인 수원과 관계도 중요했다.
그 뒤 수원과 선수측이 지난달 25일 만났다. 협의는 없었다. 수원은 “백승호측이 사과는 했으나 합의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합의서를 인정받지 못하면 수원은 입단 추진은커녕 지원금 회수도 어렵다.
수원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선수측의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그 대신 ‘3월 5일까지 구단이 정식 영입 제안을 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수원이 회신하지 않자 백승호측은 “타 구단 입단을 추진하겠다”고 8일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다름슈타트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전했다.
서로의 입장은 평행선이다. 상식적으로 백승호의 수원 입단은 불가능하다. 재정적 여유가 없는 수원이 다름슈타트가 요구할 이적료나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여론 자체가 선수에게 불리하다. 어렵사리 입단해도 가시밭길이다.
백승호측은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면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수원에 냉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일 수 있으나, 지금은 여유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논란은 더욱 커진다. K리그 진출 과정이 요란한 것에 대한 미안함, 합의서를 부정하는 최소한의 배경이라도 직접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영받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고역이다. 어린 선수에게는 더 그렇다. 백승호는 거친 유럽에서 치열하게 생존한 차세대 스타다. K리그 진입은 도쿄올림픽 출전과 꾸준한 성장을 위한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큰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뛰어도 모자랄 판에 비난과 비판부터 받고 있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제는 백승호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풀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