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선배들이 자진해 부른 동생들…이야기 퍼지는 LG 사랑방

입력 2021-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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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이 3월초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전했다. 마이크를 찰 정도로 열정 가득한 강연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야구는 개인 종목과 팀 스포츠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팀 성적에 개개인의 기량이 최우선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한 팀으로 뭉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능력도 100% 발휘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10개 구단 감독과 단장, 선수들 모두 ‘원 팀’의 중요성에 입을 모은다.

자신만의 경쟁자 찾기부터 자산관리까지
3월초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LG 트윈스 1군과 2군의 교집합이 생겼다. 2월 한 달간 이천에서 몸을 만든 LG 1군은 3월부터 따뜻한 남부지방을 돌며 연습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고참들은 대부분 이천에 남아 3월 중순 합류하기로 했다. 2월 강릉 캠프를 마친 2군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게 됐다.

하루는 선배들이 먼저 후배들과 소통의 시간을 제안했다. 코칭스태프나 프런트에는 사전에 언질만 주고 선수단 자율적으로 결정한 시간이었다. 김용의와 임찬규는 신인 강효종 등 투수 12명을, 김민성과 오지환은 신인 김유민 등 야수 11명을 모았다.

주제도 천차만별이었다. 임찬규는 “구체적인 목표와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한다. 자신만의 경쟁자를 찾아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까지 이긴다면 나를 이길 이는 아무도 없다”고 조언했다. 오지환은 “그라운드에서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포기라는 단어를 지워야 한다.

항상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하며 플레이하자”고 당부했다. 김용의는 “프로답게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가져야 한다”는 조언으로 시작해 “자산관리도 중요하다”는 센스 넘치는 메시지까지 건넸다.

감독부터 막내까지…상향식 소통의 힘
돌이켜보면 선배들이 이천에 남아 후배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자체가 소통의 결과다. 류지현 감독은 남부 투어를 앞둔 2월말, 베테랑 선수들과 면담을 했다. 개막일은 4월 3일로 정해져있지만 선수 개개인이 루틴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스케줄은 천차만별이다. 실전에서 감각을 조율할 시기도 제각각이다. 류 감독은 면담을 통해 이를 파악했고, 좀더 훈련하는 쪽을 택한 고참들이 이천에 남았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 직후부터 투수조와 야수조를 하루씩 소집해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하향식 지시보다 상향식 소통을 자신의 콘셉트로 삼았다. 류 감독부터 분위기를 형성하니, 김민성과 임찬규 등 중심선수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하기도 쉬웠다.

강효종은 “(임)찬규 선배님의 ‘자신만의 경쟁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김유민도 “(오)지환 선배님의 긍정 메시지가 기억난다. 앞으로 힘든 상황이 오고 지칠 때 그 말을 떠올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령탑의 말이 무게감이 큰 것은 맞지만, 감독이 해줄 수 있는 말과 선배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다르다. 지금 LG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때로는 듣는 이가, 때로는 말하는 이가 되는 등 역할도 수시로 바뀐다. 청자와 화자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이번 겨울 LG의 대화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래서 반갑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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