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허파가 뒤집어질 때까지” 연극 스페셜 라이어

입력 2021-03-15 0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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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국내 초연돼 24년간 대학로 지킨 스테디셀러
이한위, 서현철, 홍석천, 김민교, 김인권, 테이 등 출연
‘스피드’와 ‘해결’의 키워드…배우에겐 땀, 관객에겐 폭소
연극 라이어(프로듀서·연출 이현규/제작 파파프로덕션)가 스페셜하게 돌아왔다. 그래서 이름도 ‘스페셜 라이어’다. ‘전 국민 웃음 되찾기 프로젝트’란 거창한 취지를 내세웠는데, 뭐 라이어라면 그럴 수 있다.

라이어가 이 땅에 뿌리내린 지 무려 24년이다. 1998년 2월에 초연되었다. 워낙 오래 공연되다보니 우리나라 창작품으로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원작은 따로 있다. 레이 쿠니의 희곡 ‘Run for your wife’를 번역하고 각색해 국내 관객 입맛에 맞게 다듬었다.

원제의 제목은 극의 스토리를 한 줄로 압축해 놓은 듯 분명한 맛이 있다. 반면 국내 제목 ‘라이어(Liar)’는 극의 내용이 아니라 캐릭터에 시선을 두고 있다. 원제가 겉의 바삭한 맛이라면, 국내 제목에선 속의 촉촉한 맛이 난다.

스페셜 라이어만의 특징 혹은 특장을 꼽자면 ‘스피드’와 ‘해결’일 것이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배우들이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그날의 성패를 가른다.

먼저 스피드. 한 마디로 빠르고 강력하다. 보통의 연극이 시속 60km를 준수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200km를 질주한다. 그런데 그냥 냅다 달리는 게 아니다. 고속과 초고속을 오르내리며 달리는 통에 관객은 물론 무대 위 배우까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 기분 좋은 ‘멀미’는 배우에게 흥건한 땀을, 관객에게는 허파가 뒤집어지는 폭소를 선물한다.

두 번째는 끊임없는 문제의 해결이다. 두 집 살림을 하는(이중결혼은 범법이다) 택시기사 존 스미스의 거짓말 하나는 두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여덟 개로 불어나간다. 이렇게 거짓말이 눈사람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존 스미스와 그의 조력자 스탠리 가드너의 거짓말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이 생기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이 얹혀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거짓말이 피라미드 짓듯 그저 위로 쌓아 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돌을 빼 윗돌을 막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이 등장하지만, 이 거짓말이 한참 지나온 문제(이미 해결된)와 충돌하면서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해지는 식이다. 이렇게 거짓말들은 빠르게, 엉성한 듯 보이지만 단단하게, 미치도록 웃기게 쌓여져 간다.

스페셜 라이어는 스페셜한 출연진으로도 화제다. 이한위, 서현철, 홍석천, 이도국, 김민교, 김원식, 이동수, 김인권, 오대환, 나르샤, 정태우, 정겨운, 테이, 조찬형, 오세미, 신소율, 이주연, 배우희, 박정화 등 ‘역대급 캐스팅’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다.

허파의 앞뒤, 위아래가 뒤집어지도록 재미있는 연극. 10명 중 9명은 그냥 웃고, 1명은 ‘찔려서’ 웃는다는 라이어.

스페셜 라이어의 유일한 사족은 제목의 ‘스페셜’일지 모르겠다. 사실 라이어는 원래부터 ‘스페셜’했다.


● 공연기간 : 2. 26 ~ 4. 25
● 공연장소 : 삼성동 백암아트홀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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