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컬러보다 더 많은 색 담았다”

입력 2021-03-1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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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의 이준익 감독과 주연 배우 변요한·이정은·설경구(왼쪽부터)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시사회를 열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설경구·변요한 주연 ‘자산어보’는 어떤 영화?

정약전 유배지서 펼쳐진 이야기
흑산의 아름다운 풍광 흑백 재현
설경구 “서로 스승이자 벗이었다”
변요한 “마음이 가는대로 울었죠”
“학처럼 살아가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닫힌 세상으로부터 완강히 거부당한, 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섬에 유배됐다. 거기서 만난 청년에게서 또 다른 세상을 보았다. 청년은 유배당한 자가 바라보는 세상을 부정했다.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길 원한다. 이들이 바라보고 꿈꾸는 세상은 다른 것일까.

배우 설경구(53)와 변요한(34)이 주연해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제작 씨네월드)의 이야기는 흑백의 영상에 담겼다. 연출자 이준익 감독에 따르면 “현란한 컬러를 배제해 물체와 인물의 본질적인 형태를 뚜렷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선명성”으로 더욱 두드러질 흑백의 영상처럼 ‘자산어보’가 드러내려는 말 역시 선명하다.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뜻”을 묻는 것이다.

영화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컬러보다 더 많은 색”
‘자산어보’는 조선 순조 1년(1801년) 천주교도를 탄압한 신유박해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남도의 끝섬 흑산으로 유배를 당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정약전은 낯선 섬에서 물고기와 해초 등 바다생물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청년 어부 창대를 만나 서로의 지식을 나눈다. 어류도감 ‘자산어보’의 시작이지만, 두 사람의 세상을 향한 시선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서문에 짧게 언급된 정도전의 창대에 대한 언급을 한 편의 이야기로 확장했다. 전남 신안군 도초도를 비롯해 비금도 등에서 촬영하며 흑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재현했다. 배우들과는 비유와 은유를 걷어내고 혹독한 상반의 구별과 거기서부터 자행되는 착취로 인해 척박해진 삶과 세상을 얹었다. 이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시선을 따라가는 직설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2017년 ‘동주’에 이은 두 번째 흑백영화를 완성한 이 감독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 영화를 공개하고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버무려 “컬러보다 더 많은 색이 담겨져 있다”고 자부했다.

영화 ‘자산어보’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서로에게 스승이자 벗”
설경구는 1990년대 중반 데뷔한 이후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 연기를 펼쳤다. 그는 “겁이 나서였는지 (사극 연기를)미루다 이제야 하게 됐다”면서 “나이 먹고 하니 더 괜찮았다”며 웃었다. 이어 “사극이 처음이어서 초반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과 ‘잘 놀자’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믿었다”고 밝혔다. 변요한은 이날 완성된 편집본을 처음 봤다면서 “마음 가는 대로 울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극중 흑산에서 사제의 정을 맺었다. 정약전은 창대의 바다생물 지식을, 창대는 정약전으로부터 세상의 이치를 글로써 배우려 했다. 실제 상당한 나이차의 이들은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돌이켰다. 설경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었고 벗이었다”면서 자신들이 펼쳐낸 작업의 완성물에 만족감을 표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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