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브리핑] “우리도 드디어…” KT 삼진머신이 돌아왔다, 그것도 더 강해져서

입력 2021-03-2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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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선발진의 양과 질은 10개 구단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다. 하지만 희한할 정도로 투수들의 콘셉트가 비슷했다. 맞혀 잡는 투수가 대부분이었으니 삼진율은 떨어졌다. 내야수비가 탄탄해진 덕에 어느 정도 보정은 됐지만, 사령탑은 ‘탈삼진 머신’을 줄곧 그리워했다. 그런 관점에서 고영표(30·KT 위즈)의 합류는 이강철 감독에게 단지 ‘선발 1명’ 이상의 의미다.


2018시즌을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팀을 떠났던 고영표는 올 시즌 복귀한다. 지난해 익산 마무리캠프부터 팀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고 이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내심 우려했는데 몸을 잘 만들어왔다”는 칭찬도 당연했다. 고영표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까지 4차례 등판해 10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지난해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배제성~소형준 선발진에 업그레이드된 고영표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고영표의 진짜 가치는 탈삼진이다. 올해 4차례 등판에서 볼넷 1개를 내주는 동안 13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삼진/볼넷 비율은 정확히 13.00이다. 정식경기가 아니라 큰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삼진 능력만큼은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KT 선발진은 9이닝당 6.00개의 삼진을 빼앗는 데 그쳤다. 리그 최하위였다. 1위 KIA 타이거즈(7.33)보다 1.3개 가까이 적었다. 데스파이네(9이닝당 6.59삼진), 쿠에바스(6.27), 소형준(6.23), 배제성(5.29) 모두 삼진 잡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발 평균자책점(ERA) 4.48로 버텼던 건 땅볼유도 능력이다. 지난해 KT 선발진의 땅볼/뜬공 비율은 1.25로 리그 전체 1위였다. 여기에 수비효율(DER) 0.678(2위)의 야수진이 더해지니 땅볼을 범타로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인플레이타구가 많다는 것은 변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 감독이 삼진 잡는 유형의 선발을 그리워한 이유다.


고영표는 군 입대 직전 2시즌간 50경기에서 283.2이닝을 소화하며 14승21패, ERA 5.11로 쾌투했다. 성적 자체가 빼어나게 좋진 않았지만 삼진 능력은 월등했다. 같은 기간 9이닝당 탈삼진율은 2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20명 중 3위였다. 여기에 이 감독의 조언대로 우타자 상대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으니 타자 입장에선 헛스윙이 늘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우리 팀에 드디어 삼진 잡는 선발투수가 들어왔다”며 밝게 웃은 뒤 “시즌 때 이렇게만 한다면 5선발이 아닌 1선발”이라고 극찬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이라는 압도적 무기가 있으니 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고영표도 수긍하고 있으니 진화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KT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어간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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