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2018시즌을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팀을 떠났던 고영표는 올 시즌 복귀한다. 지난해 익산 마무리캠프부터 팀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고 이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내심 우려했는데 몸을 잘 만들어왔다”는 칭찬도 당연했다. 고영표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까지 4차례 등판해 10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지난해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배제성~소형준 선발진에 업그레이드된 고영표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고영표의 진짜 가치는 탈삼진이다. 올해 4차례 등판에서 볼넷 1개를 내주는 동안 13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삼진/볼넷 비율은 정확히 13.00이다. 정식경기가 아니라 큰 의미는 없지만 적어도 삼진 능력만큼은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KT 선발진은 9이닝당 6.00개의 삼진을 빼앗는 데 그쳤다. 리그 최하위였다. 1위 KIA 타이거즈(7.33)보다 1.3개 가까이 적었다. 데스파이네(9이닝당 6.59삼진), 쿠에바스(6.27), 소형준(6.23), 배제성(5.29) 모두 삼진 잡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발 평균자책점(ERA) 4.48로 버텼던 건 땅볼유도 능력이다. 지난해 KT 선발진의 땅볼/뜬공 비율은 1.25로 리그 전체 1위였다. 여기에 수비효율(DER) 0.678(2위)의 야수진이 더해지니 땅볼을 범타로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인플레이타구가 많다는 것은 변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 감독이 삼진 잡는 유형의 선발을 그리워한 이유다.
고영표는 군 입대 직전 2시즌간 50경기에서 283.2이닝을 소화하며 14승21패, ERA 5.11로 쾌투했다. 성적 자체가 빼어나게 좋진 않았지만 삼진 능력은 월등했다. 같은 기간 9이닝당 탈삼진율은 2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20명 중 3위였다. 여기에 이 감독의 조언대로 우타자 상대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으니 타자 입장에선 헛스윙이 늘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우리 팀에 드디어 삼진 잡는 선발투수가 들어왔다”며 밝게 웃은 뒤 “시즌 때 이렇게만 한다면 5선발이 아닌 1선발”이라고 극찬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이라는 압도적 무기가 있으니 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고영표도 수긍하고 있으니 진화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KT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어간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