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편견 지우며 끼운 깔끔한 첫 단추…LG 믿을맨, 구단 역사 보인다

입력 2021-04-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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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 스포츠동아DB

일반적인 옆구리 투수들은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꾸준히 막아내더라도 한두 경기 고전하면 편견이 다시 고개를 든다. 감독은 이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부딪혔고 ‘믿을맨’은 신뢰에 보답했다. 정우영(22·LG 트윈스)의 구단 새 역사 작성이 임박했다.

LG는 4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시즌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가장 큰 위기는 2-1로 역전에 성공한 7회말이었다. 함덕주가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1·2루 위기에 몰리자 LG 벤치가 움직였다. 선택은 정우영이었다. 박민우~나성범 등 좌타자를 연달아 만나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이었다. 정우영은 박민우를 초구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가뿐히 위기를 지웠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은 선두 나성범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양의지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해 역시 병살타 처리했다. 후속 알테어까지 3구 삼진 처리하며 이닝 마무리. 아웃카운트 5개를 잡는 데 필요한 투구수는 8개뿐이었다. 볼은 하나도 없이 모두 스트라이크였다.

정우영은 지난해 65경기에서 4승4패5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시즌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530으로 철벽이었다. 우타자 상대(0.508)보다 좌타자 상대(0.569) 기록이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차이면 ‘약했다‘보다 ‘약간 덜 강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가끔 제구가 흔들려 4사구 허용이 있었지만 피안타는 적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투심 패스트볼이 있기 때문에 공략에 용이하다. 류지현 감독은 정우영의 역스플릿 가능성을 믿으며 좌타자 승부에도 망설이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좌타자(110타석)보다 우타자(195타석)를 훨씬 더 많이 만났던 정우영 기용법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그 결과가 NC전 투입이었고, 정우영은 증명했다.

구단 새 역사도 올해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LG 유니폼을 입고 만 30세 미만에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한 건 유원상(47개)이다. 그 뒤를 이동현(40개)이 잇고, 정우영(37개)은 3위에 랭크돼있다. 1위와 10개 차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전반기를 넘기 전 달성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류택현(122개)이 보유한 LG 프랜차이즈 최다 홀드 기록까지도 도전장을 낼만하다. 아직 이른 얘기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정우영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우영의 첫 걸음은 산뜻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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