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타와타나낏의 등장, LPGA 투어 발칵 뒤집혔다

입력 2021-04-05 16: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타나타와낏.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300야드를 훌쩍 넘는다. 숏게임의 정교함도 갖췄다. 거기에 강한 멘털까지…. 완벽했다.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결과. 그러나 단 한번의 우승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태국의 22세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이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2021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35억 원)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이글 1개에 버디 2개를 곁들여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이날만 10타를 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16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투어 데뷔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하며 우승상금 46만5000달러(5억2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10언더파로 나란히 공동 7위에 오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골프여제’ 박인비(33),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11언더파 공동 3위에 랭크된 김세영(28) 등 쟁쟁한 태극낭자들을 여유있게 제치고 대회 전통에 따라 ‘포피스 폰드’에 몸을 던지는 ‘호수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단순한 첫 승이 아니다. 1라운드부터 단 한번도 단독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압도적 성적으로 2000년 캐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에 이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1984년 줄리 잉크스터(미국) 이후 37년 만에 ANA 인스퍼레이션 ‘루키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18언더파 우승은 1999년 도티 페퍼(미국·19언더파)에 1타 부족한 이 대회 역대 두 번째 최소타 기록. LPGA 투어 2년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올해도 여전히 루키 자격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타와타나낏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전 세계 여자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흔들림 없던 ‘강심장’
2위에 5타 앞선 14언더파로 4라운드를 맞은 타와타나낏은 2번(파5) 홀에서 이글, 8번(파3)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그의 싱거운 우승으로 끝날 것 같았던 4라운드는 리디아 고가 힘을 내면서 잠시 혼돈 구도로 흘러갔다. 6언더파로 먼저 4라운드를 시작한 리디아 고는 11번(파5) 홀까지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무려 9타를 줄이며 순식간에 2타 차로 따라붙었다. 첫 우승에 도전하는 타와타나낏으로선 거센 추격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오히려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2번(파4)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달아났고, 리디아 고가 15번(파4)에서 버디로 응수해 다시 2타 차로 좁혀졌지만 그게 끝이었다. 리디아 고가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자 타와타나낏은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마쳐 첫 우승을 완성했다.

타나타와낏.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압도적 드라이버 거리

무엇보다 남자 못지않은 장타력이 일품이었다. 1라운드 291야드, 2라운드 339야드, 3라운드 348야드를 기록했던 그는 최종라운드에선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13야드를 마크했다. 이번 대회 전체 평균은 323야드(295m). 3라운드 11번(파5) 홀에선 무려 363야드 티샷을 날리기도 했다. 비록 내리막을 타고 런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남자 선수들도 깜짝 놀랄만한 파워였다. 직전 대회였던 KIA 클래식까지 올 3개 대회에 나선 타와타나낏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68야드에 불과(?)했지만, 이번 대회까지 포함하면 283.78야드로 훌쩍 상승한다.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285야드를 기록 중인 필리핀의 또 다른 루키 비앙카 파그난가난.

타와타나낏은 이번 대회 3, 4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이 각각 71.4%(10/14), 78.6%(11/14)에 이를 정도로 정확도도 빼어났다. 대체적으로 이번 대회 전장이 긴 편이라 공격적 스윙을 한 것이 장타로 이어졌다는 평가지만, 비록 한 대회 결과라 해도 2020~2021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위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320.8야드)와 비교해도 타와타나낏의 장타력은 그야말로 ‘괴물’ 수준이다. ‘여자 디섐보’라 불릴 만하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루키
2016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타와타나낏은 2017년부터 두 시즌 동안 UCLA 골프부에서 활약하며 7승을 거둔 유망주였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나선 2018년 US여자오픈에선 공동 5위에 올랐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해 14개 대회에 출전했다. 절반만 컷을 통과하고 톱10엔 한 차례밖에 들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루키 신분이 유지되고 있는 올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2월 게인브리지 LPGA에서 공동 5위를 거뒀고, 지난달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공동 14위로 선전하더니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키 165㎝에 탄탄한 체구를 갖춘 그는 지난 주 KIA 클래식 컷 탈락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반전을 보였다.

올해부터 하나금융그룹의 메인 후원을 받고 있는 타와타나낏은 “어젯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4라운드를 앞두고 아침에 두 차례 명상을 하며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경기 중 리더보드도 보지 않았다”면서 “루키 시즌에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는 게 미칠 듯이 기쁘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