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재영-다영 자매의 법적대응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21-04-06 11:3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V리그를 뒤흔든 학교폭력 스캔들이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2월 15일 구단의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던 이재영-다영 자매가 소용돌이의 원점이었던 폭로자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다. 아직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법률대리인 선임을 마쳤다. 그동안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소속구단인 흥국생명은 개인권리 보호 차원의 문제라 판단해 공식적으로 이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월 10일 최초의 학교폭력 폭로가 나온 뒤 고심 끝에 무기한 출전정지 결정을 내렸던 구단은 이번 사안에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었다. 다만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방식이건 깔끔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자매가 법적대응을 선택한 이유는 2가지다.

먼저 그동안 폭로된 내용에 관해 자신들이 잘못한 행동은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지만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동안 매스컴에서 엄청난 양의 보도를 했지만 어느 누구도 당사자로부터 제대로 확인한 적은 없다. 폭로자들은 몇 차례 온라인에 글을 올렸고 이것이 매스컴을 통해 확대 재생산 과정을 거쳤지만 끝내 자신들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이 바람에 폭로의 진실여부는 누구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자매에게 폭로의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한 매스컴도 거의 없었다. 몇몇은 반론권조차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했기에 폭로의 사실여부를 떠나 자매가 법적대응에 나선다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매스컴에서 일방적으로 선수들을 비난하자 구단은 일단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래서 이들은 여전히 흥국생명 소속 선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구단과 소속 선수와의 문제라면서 이 사안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섰다. “징계를 줄 규정이 없다”면서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



자매에게 사실상의 징계를 내린 단체는 대한배구협회(KVA)가 유일하다.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해외이적 때 필요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도 해주지 않겠다고 2월 15일 발표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사건은 자매가 대한배구협회 소속인 근영여중에서 선수로 활동할 때였다. 협회는 당시 지도자에게 폭로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에게도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볼 기회를 줘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없었다. ITC 발급 같은 선수생명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리는데 매스컴의 보도만을 근거로 삼아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정식 절차마저 밟지 않았다면 문제다. 소송에서 협회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선발은 협회의 고유 권한이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뽑지 않겠다고 한 것은 선언적인 의미다. ITC발급도 마찬가지지만 만일 법에서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다”고 했다.

자매가 법적대응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폭로자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다. 그동안 쌍둥이 자매는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온라인으로 폭로한 이후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다. 대중과 매스컴에서는 자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을 만나지도 못하는데 잘못된 부분을 사과할 방법조차 없었다. 결국 고심하던 끝에 최후의 방법으로 법적대응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식으로 법의 힘을 빌려서 이들을 불러낸 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도 담겨 있다. 사법기관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면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자매는 정말로 선수생명을 걸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