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우리카드 알렉스와 신영철 감독이 만드는 환상의 티키타카

입력 2021-04-08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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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신영철 감독(57)은 요즘 V리그에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물이다. 몇몇 구단에선 올 시즌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그를 내심 원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시즌을 마치자마자 재계약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내 능력이 필요하면 쓰고 아니라면 언제든 잘라도 좋다”고 말하는 신 감독은 실용주의자다. 선수들에게 기본기와 좋은 리듬, 투쟁심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도 잘 긁어준다. 한국전력 시절에는 오전 훈련만큼은 죽어도 못하겠다는 주리치를 어르고 달래가며 팀을 플레이오프(PO)까지 이끌었다. 우리카드에서도 까다로운 성격으로 유명했던 아가메즈를 순한 양으로 만들어가며 PO 진출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에는 알렉스(30)와 ‘티키타카’가 눈에 띈다. 알렉스도 코트에서 모습은 순하지 않다. 감정표출이 많다. KB손해보험 시절에는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가끔 화를 내기도 했다. 늘 융화력에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이번 시즌 도중 알렉스는 그 성질을 코트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31일 KB손해보험전 때였다. 3세트 타임아웃 때 서브폭탄에 버거워하는 알렉스에게 신 감독이 리시브라인에서 빠지라고 지시했다. 감정이 격해진 알렉스는 등을 돌리고 반항했다. 이 모습은 방송화면에 노출됐다.

항명으로 간주돼 난리가 났지만, 신 감독과 우리카드는 현명하게 대처했다. 알렉스가 경기 후 재빨리 사과하자 “내가 아니라 동료에게 해라. 나는 관계없다. 남자답게 그 마음을 코트에서 열심히 보여주라”며 빠져나갈 길을 열어줬다. 구단은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알렉스에게 줬다. “앞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그날 이후 알렉스는 정말 열심히 했다. 시즌 막판 몸살로 출전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뛰겠다며 몸 상태를 미리 신 감독에게 알렸다. “혹시라도 느슨하게 플레이한다고 오해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서로 신뢰감이 생기자 신 감독은 “혹시 경기 도중 감정이 끓어오르면 폭발시켜라. 그 대신 오래 끌진 말라”며 알렉스의 편을 들어줬다.



7일 OK금융그룹과 PO 2차전에서 알렉스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감정을 표출했다. 신 감독은 말리지 않았다. 알렉스는 한동안 씩씩거린 뒤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3연속 블로킹으로 클러치 득점을 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알렉스의 의견을 물어본 뒤 휴식을 원한다고 하자 군말 없이 “그럼 하루 쉬어”라고 했다.

알렉스는 “자극하면 할수록 나는 더 경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우승하기 위해 V리그에 다시 온 만큼 의지가 대단하다. 신 감독은 “알렉스 같은 선수는 감정을 누르면 더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감정을 터뜨리게 해야 한다”며 그의 불같은 성격을 팀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감독이 먼저 베풀면 외국인선수는 더 열심히 한다. 잘나가는 팀의 패턴이다. 우리카드는 감독과 외국인선수의 환상적 티키타카를 바탕으로 11일부터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과 5전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펼친다.

올 시즌 상대전적은 3승3패로 팽팽했다. 대한항공은 득점, 서브, 디그, 세트, 리시브, 수비 부문 1위다. 우리카드는 공격종합 1위, 디그 2위, 세트, 리시브, 수비 3위, 블로킹, 서브 5위다. 전체적으로 대한항공이 앞서지만, 우리카드는 블로킹과 서브에서 상승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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