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세게, 빡세답게’ 두산이 잠시 떠난 안방마님을 기다리는 법

입력 2021-04-19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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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지켜보던 모두가 놀랄 만큼 아찔한 순간. 쓰러진 직후부터 앰뷸런스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시점까지 침묵만이 가득했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부상의 당사자인 박세혁(31·두산 베어스)이다. 두산은 잠시 자리를 비운 안방마님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기다릴 채비 중이다.

두산은 19일 “박세혁이 안와골절 수술을 잘 마쳤다. 22~23일쯤 퇴원 후 정기검진 일정을 잡은 뒤 재활기간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세혁은 16일 잠실 LG 트윈스전 도중 상대 투수의 투구에 얼굴을 맞았다. 곧장 앰뷸런스에 후송됐고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성형외과의와 안과의의 협진으로 수술을 잘 마쳤지만, 아직 복귀 시점을 재단하긴 어렵다.

모두가 쾌유를 빌고 있다. 두산 선수단은 헬멧과 모자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심을 새겼다. 등번호 ‘10’을 적어둔 이부터, 박세혁의 별명인 ‘빡세’, ‘Get well soon(쾌유를 빈다)’이라는 문구를 적은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물론 상대했던 LG 류지현 감독과 선수단도 빠른 완쾌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현역 시절 같은 아픔을 겪었던 조성환 한화 이글스 수비코치 역시 소셜미디어(SNS)에 “응원하는 분들이 많으니 부디 힘내라”는 격려를 전했다. SNS 외에도 직접 연락을 취해 박세혁의 안정을 빌었다.

절친한 동생 허경민은 “17일(수술 전날) (박)세혁이 형과 통화했다. 겁이 난다고 말하기에 ‘수술 잘 될 것이다. 부상 후에 복귀하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나와 동생들이 잘하고 있을 테니 서두르지 않고 건강하고 단단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허경민의 말에는 박세혁이 떠난 기간, 두산의 방향이 담겨있다. 부상이나 부진 등을 이유로 팀을 떠나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동료들의 고전은 서두름의 원인이다. 동료들이 잘 버텨줘야 치료와 회복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박세혁은 버티기에 익숙한 선수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2018년까지 벤치나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야구에만 집중했고 2019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인내에 익숙한 선수임을 동료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박세혁의 완쾌 역시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박세혁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첫마디가 “내가 빠진 사이 팀이 부진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가 아닌 “내 자리를 잘 채워준 동료들에게 고맙다”에 가깝다면, 박세혁과 두산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제 남은 두산 선수들은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빡세게’, 박세혁은 특유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되찾기 위해 ‘빡세답게’ 노력할 차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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