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클럽 탈퇴 러시에 항복한 슈퍼리그…보류 발표에도 싸늘한 시선

입력 2021-04-21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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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공식 SNS를 통해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불참 소식을 전했다. 사진캡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SNS

지구촌을 들끓게 한 유러피언 슈퍼리그(ESL)가 사실상 와해됐다. 2022~2023시즌 출범을 목표한 이 대회 창립멤버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주요 클럽들이 탈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아스널, 리버풀, 토트넘 등 ESL 주축으로 나서려 했던 잉글랜드 클럽들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정말 후회하고 있다”는 입장과 함께 대회 불참 소식을 발표했다. 심지어 맨유는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이 일련의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스포츠를 비롯한 주요 현지 매체들도 21일(한국시간) “창립멤버로 ESL무대에 참가하려 했던 EPL ‘빅6’가 대회 출전을 철회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ESL 창립을 선언한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대회는 EPL 6개 팀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개 팀(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A 3개 팀(유벤투스, AC밀란, 인터 밀란) 등 12개 팀과 향후 가세할 3개 팀이 창립 클럽(15개)이 되고 그 외 유럽 5개 팀을 추가해 조별리그 및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랑했다. ESL은 미국 대형 금융그룹 JP모건으로부터 연간 46억 파운드(약 7조1185억 원)를 지원받아 운영하려 했다.

그러나 전통의 틀을 깨고 공정한 경쟁에 정면 도전한 ESL을 향한 국제 축구계의 반발은 대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ESL 참가 클럽에 속한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을 막겠다고 했고, 유럽축구연맹(UEFA)도 유럽선수권을 비롯한 각종 주관 대회 출전금지 등의 조치를 예고했다. 특히 UEFA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주관해온 터라 일부 클럽들의 독자 노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기에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축구협회와 각 리그 사무국, 전 세계의 수많은 저명 축구 인들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인 윌리엄 영국 왕세자 등 유럽 정치인들도 해외 선수 영입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놨고,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예상보다 높은 반대 여론에 ESL 창립 클럽들은 부담이 커졌고 포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악화되자 ESL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일단은 포기가 아닌 보류(재검토)다. “우린 프로젝트 개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다시 생각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UEFA는 “우리 가족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자신들을 향한 일부 클럽들의 정면 도전에 대한 감정의 골은 쉬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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