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중심’ 아카데미상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입력 2021-04-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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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차지한 ‘노매드랜드’의 주역 피터 스피어스 프로듀서·주연 프랜시스 맥도먼드·클로이 자오 감독·몰리 애셔와 댄 잰비 프로듀서(왼쪽부터)가 26 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계 여성 클로이 자오 감독상…흑인배우 대니얼 컬루야 남우조연상…

중국계 감독 ‘노매드랜드’ 3관왕
84세 앤서니 홉킨스 최고령 수상
비영어권 다양한 작품 적극 수용
이변은 없었다. 변화도 계속된다.

26일(한국시간) 뚜껑을 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수상자(작)에 대한 많은 예측과 전망은 결과로 확인됐다. 수년 전부터 인종과 언어 등 미국 중심의 보수적 운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영화가 지닌 더욱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수용하려는 변화의 흐름도 이어졌고, 또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노매드랜드’ 작품상 등 3관왕
이날 작품상은 많은 언론과 평단의 관측처럼 ‘노매드랜드’가 차지했다. 중국계 연출자 클로이 자오 감독은 아시아계 최초의 여성감독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주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파고’와 ‘쓰리 빌보드’에 이어 세 번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터전을 잃고 길 위의 삶을 택한 이들의 아픔과 연대를 그린 ‘노매드랜드’의 다관왕은 이미 예견됐다.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적극적 제안에 클로이 자오 감독이 동명의 논픽션을 이야기로 재구성, ‘현대판 유목민’의 가파른 삶을 그려내며 유력한 작품상 등 강력한 수상 후보작으로 거론돼 왔다.

아카데미 측은 ‘노매드랜드’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외부인의 경험을 녹여낸 영화”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언급은 ‘미나리’의 메시지와 맞닿게 하는 듯했고, 74세의 윤여정처럼 84세의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된 앤서니 홉킨스도 노년의 힘을 과시했다. 치매 노인의 시선으로 현실을 담아낸 ‘더 파더’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재즈뮤지션을 꿈꾸는 기간제 교사의 희망을 그린 애니메이션 ‘소울’의 음악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블록버스터 ‘테넷’의 시각효과상 등도 이미 예측된 성과이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품다

남우조연상은 1968년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의 이야기를 그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흑인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받았다. 이로써 남녀주·조연상 등 4개 연기자상 부문에서 윤여정을 포함해 두 개의 트로피를 유색인종 배우가 차지했다. 역시 흑인배우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고 채드윅 보스만과 비올라 데이비스도 당초 유력한 남녀주연상 수상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의 감독상 등을 포함해 올해 아카데미상 역시 수년 전부터 시도해온 변화의 한 흐름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측은 짧지 않은 시간 ‘할리우드의 보수적 백인 남성 중심’으로 상을 운영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생충’의 작품상 등 4관왕을 전후해 수년 동안 흑인·아시아를 비롯한 비영어권·여성 등에 대한 시상을 아까지 않으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오스카가 다양성에 열린 자세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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