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지 그랜마’에 청춘들도 존경·찬사

입력 2021-04-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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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로 26일(한국시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거침없이 내놓은 수상 소감과 지나온 인생에 쌓아온 절실한 열정이 배경으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외 젊은이들이 윤여정에 환호하는 이유

직설적·재치 만점 수상 소감 신선
정이삭 감독에 존경 표한 ‘탈권위’
“민폐 없이 최선” 프로의 열정 박수
해외 젊은 누리꾼은 ‘세비지 그랜마!(Savage Granma)’라 불렀다. 한국의 젊음은 ‘윤며들다’ 또는 ‘휴먼여정체’ 등 표현으로 애정을 보낸다. 74세 노년의 배우에게 전 세계 젊음이 존경과 찬사를 뒤섞어 열광하듯 환호한 셈이다. 전 세계 최대의 대중적 영화상 수상의 영광에 보내는 박수를 훌쩍 뛰어넘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관심이라 할 만하다. 영화 ‘미나리’로 26일(한국시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뒤 국내외 젊음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은 무엇일까.

Savage Granma…거침없는 할머니
미국 누리꾼은 ‘세비지 그랜마’라는 인터넷 댓글을 달아주었다. 또 다른 이는 “수상 소감으로 한 번 더 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거칠 것 없이 솔직한 모습에 반한 듯, 외신도 찬사를 보냈다. “시상식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뉴욕타임스에 워싱턴포스트는 “최고의 수상 소감”이라 덧붙였다. CNN은 시상식 무대를 “훔쳤다”면서, 개성 강한 조연을 가리키는 ‘신 스틸러’처럼 ‘쇼 스틸러’라 평했다.

시상자이자 ‘미나리’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를 향해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냐”고 직설했다. 또 “두 아들의 일하러 나가라는 잔소리 덕에 엄마가 열심히 일해 상을 받게 됐다”면서 고생한 지난날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열등의식에서 시작”한 연기가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며 “먹고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고 말한 대목도 같다.

“내 이름을 ‘여여’나 ‘정’이라 부르는데, 이름을 잘못 부른 분들 모두 용서한다”며 서구권의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재치로 지적하는 센스도 남달랐다.

윤여정이 받을 ‘오스카 스웨그 백’ 윤여정이 받는 ‘선물가방’이 27일(한국시간) 공개됐다. 아카데미 수상자들에게 제공되는 ‘스웨그 백’(Oscar Swagbag)이다. 가방에는 숙취를 위한 비타민 관리 요법과 순금 전자담배,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헤어밴드, 지방흡입 시술권, 스웨덴의 고급 리조트인 ‘페이터 노스터 호텔’ 숙박권 등이 들어있다. 약 2억3000만원(21만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회사인 디스팅크티브 애셋(Distinctive Assets)에서 제공한다. 사진출처|디스팅크티브 애셋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

연기 인생은 그의 표현대로 “먹고 살려”는 길이었다. 조·단역을 가리지 않았고, 스스로를 두드러지게 내세울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26일 ‘미나리’의 연출자인 40대의 정이삭 감독을 가리켜 “진심을 믿었다. 안목은 중요치 않다. 서로 다를 수 있으니까”라면서 “내가 늙은 여우니 감독 만나서 싫었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를 보여준다. “정 감독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고 모두 존중한다. 희망을 봤다”면서 “그 친구에게 존경한다고 했다”는 덧붙임도 나이 어린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 ‘탈권위’의 면모를 드러낸다.

tvN ‘윤스테이’에서 이서진·최우식·정유미 등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면, TV보다 유튜브를 더 친근하게 여기는 ‘1020세대’에게 관련 콘텐츠로 다가가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모습도 ‘꼰대’(권위주의적 어른을 비하하는 속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게 한다.

휴먼여정체…카랑카랑한 열정

마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듯한 “어우! 내 정신 좀 봐! 나, 증말” 같은 말투는 허스키한 목소리의 카랑카랑함과 어우러져 그 특유의 개성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는 배우이자 프로페셔널의 열정에 대한 찬사로 이어진다.

26일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까 민폐 안 될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뒤이어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을 묻자 ‘연습’이란 답”이 나왔듯, “오스카 받았다고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니, 평소대로 외우기 힘든 대사를 열심히” 외울 것이다. “그저 내 자신이고 싶다”는 자부심과 열정인 셈이다.

그러는 사이 “최고”가 아닌 “최중(最中)”하자며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같이, 동등하게 살자”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드러낸다.

“내 이름은 윤여정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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