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배정대. 사진제공 | KT 위즈
배정대는 5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5-0으로 앞선 7회말 1사 1·2루에서 3점포를 때려냈다. 볼카운트 2S로 불리한 상황에서 롯데 서준원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3호 아치. 5월 12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7경기만의 손맛이었다.
지난해 KT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배정대는 최근 낯선 슬럼프와 싸워왔다. 5일까지 올 시즌 성적은 49경기 출장해 타율 0.292, 3홈런, 23타점, 3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12. 4월 한 달간 23경기에서 타율 0.318로 지난해의 날카로움을 유지했으나 5월말부터 타격감이 급속히 떨어졌다. 특히 5월 27일 수원 SSG 랜더스전부터 6월 4일 수원 롯데전까지 7경기서는 타율 0.130(23타수 3안타)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야수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키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었지만 수비는 아니다. 타격감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특유의 범위 넓은 수비력은 여전했다.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으로 단타를 3루타로 둔갑시키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처럼 의욕 넘치는 장면은 배정대의 상징과도 같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9를 기록한 배정대의 타격은 금방 살아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비에서만 제 몫을 해줘도 충분하다는 판단으로 굳은 신뢰를 보여줬다. 5일 롯데전은 배정대가 응답한 하루였다. 경기 후 배정대는 “홈런은 운이 좋아서 나왔던 것 같다”고 겸손을 유지한 뒤 “최근 잘 안 맞아서 답답했다. 홈런을 치면서 속이 시원해 포효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KT는 배정대가 향후 10년 이상 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활약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사이 타격 슬럼프는 수차례 있을 것이다. 처음 주전으로 도약했던 지난해에도, 이젠 그 자리를 지켜야하는 올해도 어떻게든 이겨냈다. 슬럼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경험이 남았다. 배정대는 한 뼘 더 성장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