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님, 보고 계시죠? 주춤했던 영건들, 실력 보여주기 시작

입력 2021-06-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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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KT 소형준, 키움 최원태, NC 송명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젊은 선발투수 기근현상으로 고민 중인 야구국가대표팀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앞 다퉈 늠름한 역투를 펼치며 도쿄올림픽에 나설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20도쿄올림픽에 나설 김경문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의 표정이 한결 밝아질 수 있을까. 시즌 초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던 토종 영건들이 조금씩 반등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변수가 가득한 국가대항전에선 그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쓴 김 감독도 좋은 선발투수 발굴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즌 초 영건들의 부진으로 고심이 깊었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도 “지난해 주목 받았던 선수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제몫을 해주던 박종훈, 문승원(SSG 랜더스)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사실상 도쿄행이 어려워졌다.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투수들의 연이은 호투행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스타트는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끊었다. 4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3안타 3볼넷 7삼진 무실점 역투로 데뷔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롯데의 완봉승은 2011년 고원준(은퇴) 이후 10년만이다. 5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기록했던 흐름이 이어졌다. 박세웅은 경기 후 “김경문 감독님께서 오늘 경기를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도쿄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튿날은 소형준(KT)이 화답했다. 지난해 13승(6패)을 거두며 신인상을 수상했던 소형준은 시즌 초 유독 고전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우려할 만큼 자신감 저하가 뚜렷했다. 하지만 5일 롯데전에서 7이닝 3안타 9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2패)째를 따냈다. 데뷔 최다타이 이닝 및 탈삼진이었다. 소형준도 “올림픽에 대한 의지나 의욕은 가득하다. 남은 한 달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후반기 에이스였던 송명기도 5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즌 3승(2패)째를 올렸다.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역시 같은 날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ERA) 3.19로 호투 중인 최원태는 반등보다는 꾸준한 활약에 가깝다.

부진하던 투수들이 한 경기 호투만으로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들은 지난해 이전부터 꾸준히 호투의 표본을 쌓아왔던 선수들이다. 시즌 초반의 슬럼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투수들이다. 대부분의 영건들에게는 시즌 전부터 올림픽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영광의 태극마크를 두고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선수는 없었다. 막상 시즌 초 부진하면서 이런 목표가 무색해질 수도 있었으나, 영건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전력분석에 한창인 김 감독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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