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VNL에서 확인된 요즘 여자배구의 트렌드와 강팀의 조건

입력 2021-06-08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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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자배구가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실력의 격차를 드러냈다.

8일(한국시간) 끝난 2021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8차전에서 이번 대회에서 유일한 무패 팀 미국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 당했다. 최근 6연패이자 대회 7패째다. 승점4에 머무른 가운데 16개 팀 가운데 15위다. 이번 대회는 주전 멤버들이 많이 바뀌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리셋 과정이라 성적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세계배구의 흐름이다. 우리보다 앞선 팀들이 지금 어떤 배구를 하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 지를 확인해야 패배로부터 배울 것이 생긴다.



지금까지 우리를 상대한 팀 가운데 승리 팀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전략적인 서브와 파이프공격, 전진 압박수비, 공격효율과 센터들의 파괴력 있는 이동공격이었다.

특히 서브는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이를 위해 강팀들은 점프 플로터 서브를 많이 구사했다. 스피드와 정확성이 뛰어났다. 파워가 있는 상대 선수들이 허리를 이용한 탄력으로 때리는 플로터 서브에 우리 리시버들은 애를 먹었다. 상대 리시버를 불편하게 만들고 공격옵션을 제거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 리듬을 깨트리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서브를 구사하는 미국의 서브로테이션 시스템은 꼭 참조해야 할 모범 교과서처럼 보였다.



파이프공격은 이제 대부분 팀들이 구사하는 공격이 됐다. 탄력과 스피드가 있는 강팀은 이를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옵션으로 자주 사용했다. 수비 이후 반격 때도 파이프공격을 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는 컸다. 던지는 구질이 2개뿐인 투수보다는 4개인 투수가 훨씬 유리하듯 상대팀 세터는 훨씬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지고 우리 블로킹을 쉽게 요리했다.

수비의 차이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동양배구가 서영배구보다 수비는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VNL에서는 이것이 편견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좋은 수비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올바른 위치선정으로 얼마나 선수들이 전진 압박수비를 잘 하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났다. 특히 강팀은 선수들의 수비자세가 달랐다. 허리를 세우고 각자가 받는 범위를 최대한 넓혀 수비그물이 촘촘해지도록 했다. 이런 압박수비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코트에 꽂는 공격보다는 엔드라인을 향해 길게 때리는 공격이 더 효과적인데 이런 공격방식도 배워야 할 점 가운데 하나였다. 시간의 차이를 이용하거나 길이의 차이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이 가능한 팀을 상대로 우리의 수비는 애를 먹었다.



이번 대회에 나온 다양한 수치 가운데 눈여겨봐야할 것은 공격효율이다. 많은 득점도 좋지만 얻은 만큼 실점하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공격효율이 상대보다 떨어졌다. 이것이 부정확한 세터 연결의 문제인지 아니면 공격수 개인의 기량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하여튼 공격효율을 높일 방법은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센터를 이용한 다양한 공격, 특히 파괴력 넘치는 이동공격은 라바리니 감독의 주문사항이지만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

요즘 여자배구는 점점 남녀의 벽을 허무는 것이 추세다. 대표팀에게 남은 2달의 준비기간 동안 우리는 얼마나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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