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 명은 팀을 어디까지 강하게 만들까…LG 캡틴이 보여주는 최대치

입력 2021-06-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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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비시즌에는 후배들을 데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김 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즌 중에도 입을 쉬지 않고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것은 물론이고 리더로서 역할까지 만점이다. 김현수(33)는 LG 트윈스를 더 강하고 단단한 팀으로 만들었다.

지금 신예급 선수들은 대부분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일어난 야구 붐을 전후해 운동을 시작한 케이스다. 그때부터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타격기계’ 김현수의 모습을 보며 프로의 꿈을 키운 이들이 즐비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LG 내야 유망주 문보경(21)도 그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LG를 응원했지만, 롤 모델은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김현수였다. LG 입단 후 처음 김현수를 봤을 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선배를 실제로 봐서 ‘이게 맞나’ 싶었다”고 느낀 것도 당연했다.

그런 문보경에게 김현수는 “1군과 2군 모두 똑같이 야구하는 곳이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라고 얘기했다. 특별히 미팅을 소집한 것도 아니었다. 경기 전 30분, 선수들이 삼삼오오 그라운드에 모여 몸 푸는 시간을 활용해 긴장을 풀어줬다. 모든 게 새로웠던 문보경이 1군에 적응할 수 있었던 계기다.

조언의 대상이 비단 신인급 선수에 한정되진 않는다. 지난해부터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도약한 홍창기(28)도 올해 김현수의 조언 덕에 한 단계 더 ‘스텝 업’했다. ‘홍창기가 안 치면 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확한 선구안을 자랑하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과 자신의 판단이 어긋날 순간은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홍창기는 이에 격분해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5월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때 정우람을 상대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뒤 배트를 던진 게 대표적이다. 김현수는 홍창기에게 “볼로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타석에서 한 발 빼고 심호흡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창기는 이를 받아들였고, 이후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수훈선수로 선정돼 미디어 앞에 선 LG 선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김현수 이야기부터 꺼낸다. 시즌 초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LG 주축타자들도 김현수의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오지환(31)은 “(김)현수 형이 ‘100경기 이상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갈수록 좋아지면 된다’고 말해줘 편하게 임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말’에 그치지 않는다. 김현수는 9일까지 52경기에서 타율 0.317, 8홈런, 3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3을 기록하며 여전한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2일 잠실 KT 위즈전에선 상대의 수비 시프트를 격파하기 위해 2008년에 이어 13년만의 번트안타(개인 2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벤치에선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현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져있을 땐 내가 망가져서라도 웃기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위대한 선수는 팀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리더, 캡틴, 레전드.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찰떡처럼 어울리는 김현수의 존재감이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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