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더한 압박도 이겨냈던 박세혁의 컴백, 두산은 엄청난 동력을 얻었다

입력 2021-06-10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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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31)이 주전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때는 2019시즌이다. 2018년 12월 양의지(NC 다이노스)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이적을 택하면서 백업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이다. 본인에게는 분명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주전 포수가 된다는 것, 선수에게는 큰 영광이다. 그라운드에서 본인을 제외한 8명의 야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존재다. 투수 리드 등 포수 본연의 역할은 물론 중계플레이 시 위치 선정 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무척 고되고 부상의 위험도 크지만, 매력적인 자리다. 현역 시절 1388경기에 출전했던 김상훈 KIA 타이거즈 2군 배터리코치는 “굉장히 힘들고 할 일도 많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자리”라고 돌아봤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자리. 그러나 박세혁은 현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의 그늘이라는 꼬리표와도 싸워야 했다. 2010년부터 9년간 양의지의 존재감을 체험한 두산 팬들의 눈높이는 엄청 올라가 있었다. 그만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어찌 보면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도전’이었다.

박세혁은 그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고 2019시즌 팀을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으로 견인했다. 양의지와 함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뽑혔다. 지난해에도 팀의 6년 연속 KS 진출을 이끌며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다. 백업 시절부터 일찌감치 ‘포수론’을 정립했을 정도로 미래를 준비한 결과다.

이는 이번 부상보다 더한 압박을 이겨낸 스토리다. 올해는 3년간 꾸준히 주전으로 뛰며 평균치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4월 16일 잠실 LG 트윈스전 도중 김대유의 투구에 얼굴을 맞고 안와골절 수술을 받았다. 53일간의 공백을 피할 수 없었지만, 박세혁은 이 시련마저 이겨냈다.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그의 모습은 고글을 쓴 것 외에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홈플레이트 부근에 앉아 묵묵히 투수들을 리드했다. 팀이 14-8로 승리한 덕분에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경기 후 중계방송사 KBSN스포츠와 인터뷰 도중 박세혁은 눈물을 비쳤다. 아버지 박철우 두산 퓨처스(2군) 감독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죄책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는 감격까지 많은 의미가 담긴 눈물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언제나 성실하게 훈련하고 연구하는 그의 열정을 알기에 그만큼 애틋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부상 이후 예전 기량을 되찾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두산 팬들이 박세혁의 복귀를 축하하며 내건 현수막에 새겨진 문구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대와 함께, 우리는 강합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 박세혁의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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