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베트남 영웅’ 박항서의 다음 행보를 묵묵히 지켜보자

입력 2021-06-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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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종료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H조 1위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직행했다. 유쾌한 소식은 또 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도 아랍에미리트(UAE),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경쟁해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자국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축구대표팀이 전해온 낭보에 베트남 국민들은 열광했고, 박 감독의 주가는 다시금 폭등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동시에 이끌며 숱한 ‘기적의 스토리’를 쓴 박 감독이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이 시작이었다. 그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연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9년 1월 UAE 아시안컵에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진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 역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베트남 박항서호’의 전설은 무대를 달리해 계속됐고, 마침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미지의 영역마저 개척했다.

이렇듯 거듭된 신화에 베트남 전역이 뜨거운 지금 모든 것을 얻은 듯한 박 감독이지만, 고민은 있다. 다음 행보다. 냉정히 말해 더 이상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은 둥글고, 축구에 어떤 일도 가능하지만 베트남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년 1월까지 계약된 박 감독의 연장 옵션 행사 여부는 현지에서 최대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도 이와 관련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12일 말레이시아와 2차 예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베트남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라는 박 감독의 발언만 짜깁기해 베트남이 충격에 빠졌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당장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DJ매니지먼트가 “과한 기대를 경계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을 정도로 후폭풍이 컸다.

자극적인 편집영상 때문에 박 감독이 곤란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국 관계를 이간질하고, 처우 문제로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등의 근거 없는 루머를 양산해온 것은 놀랍게도 베트남 언론이 아닌, 베트남에 기반을 둔 한인 유튜버들이었다. 참다못한 박 감독 측이 수사를 의뢰했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일단 분명한 것은 ▲박 감독이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는 점과 ▲무조건 계약을 이행할 것이란 사실이다. DJ매니지먼트 이동준 대표도 “결정된 것은 없다. 최종예선을 병행하며 (연말의) 스즈키컵에 대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향후 행보에 대한 박 감독의 메시지는 “지켜보고 응원해달라”가 유일하다. 베트남에 축구 한류를 일으켜 누구도 해내지 못한 스포츠외교의 진수를 보인 그를 위해 당분간은 이런저런 추측보다는 묵묵히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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