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 삼진 기억해” 이정후-야마모토, 2년 만에 다시 열릴 도쿄올림픽 정상대전

입력 2021-06-17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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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혔는지 모르겠네요. 정말요?”

어느덧 4번째 성인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한·일전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투수는 솔직히 잘 모른다”고 답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투수는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정후가 어렴풋이 떠올린 일본 투수와 만남은 2년 전 이뤄졌다. 일본야구의 심장부인 도쿄돔, 그것도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마주쳤다. 그는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오릭스 버펄로스 소속의 투수였다. 나와 동갑이었던 건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대표팀에 뽑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언급한 일본 투수는 오릭스 에이스인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23)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6승5패, 평균자책점(ERA) 2.08로 퍼시픽리그 ERA 및 탈삼진(93개) 1위에 올라있는 투수다. 당연히 16일 발표된 일본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이정후는 “결승전 마지막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했다. 구종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직구를 던지지 않고 커브와 포크볼만을 던졌다. 포크볼이 시속 140㎞가 넘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당시 야마모토는 8회 구원등판해 이닝 선두타자 이정후를 상대했다. 초구로 시속 115㎞ 커브 이후 145㎞ 포크볼, 142㎞ 포크볼을 잇달아 던져 이정후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정후는 “그 때로부터 2년이 지났다. 나도, 그 선수도 그 때보다는 한 단계 더 성장했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하다. 꼭 다시 한번 맞붙어보고 싶다. 그 때는 졌으니 이제는 이겨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본의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이지만, 이정후는 필승을 다짐했다. 그는 “일본이 유리하겠지만 그만큼 부담도 클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땄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지만,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가 우승했던 걸 온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던 기억이다”고 밝혔다.

이정후가 13년 전 올림픽의 금빛 신화를 재현하려면 일본은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갑내기 투수 야마모토가 버티고 있다. 2년 전의 패배를 잊지 않고 설욕하려는 그의 바람은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바람의 손자’의 열도 원정은 이미 시작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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