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하자” 한마디에 자극받고 도쿄 가는 진종오,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입력 2021-06-17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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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의 진종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격은 멘탈(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하는 대표적 종목이다. 경기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슈팅 마스터’ 진종오(42·서울시청)의 장기집권이 더욱 조명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종오는 사격선수로서 이미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올림픽 최초로 남자 50m 공기권총 3연패(2008베이징·2012런던·2016리우데자네이루)를 이루는 등 총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이 마르다. 커리어 5번째 올림픽인 도쿄대회는 또 다른 도전의 무대다.

도쿄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험난했기에 더욱 그렇다. 진종호는 남자 10m 공기권총 4차 선발전까지 7위(2313점)에 그쳐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 확보가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5차 선발전에서 600점 만점에 585점을 쏘며 4차 선발전까지 자신보다 9점을 앞서있던 한승우(창원시청)와 공동 2위가 됐고, 2018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쿼터를 획득했던 진종오에게 티켓이 돌아갔다.

그 과정은 진종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에게 늘 따라붙는 키워드인 ‘은퇴’와도 맞물려 있었다. 진종오는 1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3차 선발전이 끝날 즈음 감독님께서 ‘사격 그만 하자. 은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그래서 마지막 선발전만큼은 더더욱 잘 쏘고 싶었다. 세계신기록을 쏴서 판세를 엎고 싶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은퇴하고 싶진 않다.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고 동기부여와 승부욕이 발동했다. 당당히 선발돼 올림픽에 나가게 됐으니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전과제가 많다. 진종오는 총 6개(금4·은2)의 올림픽 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김수녕(양궁)과 함께 한국선수들 중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 하나를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진종오는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를 언급했다. 사격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선수들 모두 함께 대한민국 사격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떨치겠다”며 “선수로서 목표는 다 이뤘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한 선수로 남고 싶다. 당연한 것은 없다. 정말 많이 노력했고, 사격을 사랑한 선수로 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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