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연장 끝 잉글리시 시즌 2승…통산 4승 수확

입력 2021-06-28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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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8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고 합계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낸 해리스 잉글리시(32·미국)는 짐짓 여유있는 표정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결과를 기다렸다. 잉글리시의 역전 우승으로 싱겁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승부는 그러나 챔피언조의 크레이머 히콕(29·미국)이 18번 홀에서 2.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잉글리시와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히콕의 플레이오프. 둘이 나란히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만해도 PGA 투어 역사상 2번째의 긴 연장 혈투가 펼쳐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별로 없었다. 둘 모두 쉽게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18번 홀과 17번(이상 파4) 홀을 오가며 계속된 플레이오프는 무려 8차 연장까지 갔다.


정규라운드가 끝난 지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희비가 갈렸고, 영광의 얼굴은 잉글리시였다. “팬들에게 멋진 쇼를 보여드렸다”는 승자의 말대로 그야말로 ‘역대급 명승부’였다.


해리스가 28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740만 달러·83억5000만 원) 마지막 날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우승상금 133만2000달러(15억 원)를 손에 넣었다.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인 잉글리시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히콕과 13언더파 267타 동타를 기록한 뒤 무려 8차례나 펼쳐진 플레이오프 끝에 웃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월 새해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6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보탠 잉글리시는 시즌 2승과 함께 통산 4승째를 챙겼다.


대부분의 연장 승부가 그렇듯, 기다렸던 선수보다 극적으로 플레이오프를 이끈 선수가 ‘기 싸움’에서 유리하기 마련. 히콕이 그랬다. 연장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열린 2차 연장, 17번 홀에서 열린 5차 연장에서 그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살짝 돌고 나왔다. 애를 태우긴 잉글리시도 마찬가지였다. 6차 연장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버디 퍼트가 홀을 아쉽게 비켜 갔다.


7차 연장까지 둘 모두 팽팽한 파 행진을 벌이며 긴장감이 계속되던 8차 연장. 히콕이 먼저 긴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잉글리시의 약 4m 거리 버디 퍼트가 실패하면 또다시 9차 연장으로 가야하는 상황. 잉글리시의 퍼트는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침내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8차 연장은 1949년 모터시티오픈에서 열린 11차 연장에 이어 PGA 투어 역대 두 번째 긴 승부였다. 8차 연장전은 지금까지 총 5차례 벌어졌다. 가장 최근 사례는 존 허(한국 이름 허찬수)가 로버트 앨런비(호주)를 꺾은 2012년 마야코바 클래식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팬들의 기억에 남을 진땀 승부로 통산 4승에 성공한 잉글리시는 “굉장했다. 마지막에는 정신력으로 버텨야할 정도로 힘겨웠지만 정말 잘 싸웠다”며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줘 기쁘다”고 밝혔다. 히콕에게는 “경의를 표한다”며 패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1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에서도 공동 선두에 올라 첫 우승 꿈에 부풀었던 히콕은 정규라운드 18번 홀에서 뚝심있게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마지막 순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연장 승부 내내 ‘무명 반란’을 기대한 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패한 그는 “잉글리시와 나는 서로 상대를 압박했지만, 그가 진짜 챔피언”이라며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오늘의 승부가 나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음 대회 활약을 다짐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뒤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6위에 올랐던 이경훈(30)은 무려 10타를 잃고 합계 2오버파 공동 73위로 추락했다. 버디는 단 2개에 그치면서 보기 7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적어내는 최악의 플레이를 펼쳐 아쉬움을 남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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