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한국여자양궁 올림픽 9연패 위업, 당연한 결과 아니다!

입력 2021-07-25 17:1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자양궁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회 첫날 두 막내가 합작한 소중한 첫 금메달의 기운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양궁대표팀 전체에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그 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강채영(25·현대모비스)-장민희(22·인천대)-안산(20·광주여대) 트리오가 나선 여자단체전에서도 금빛 화살을 쏘았다.

강채영-장민희-안산은 25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스베틀라나 곰보에바-엘레나 오시포바-크세니아 페로바로 구성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점수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여자양궁대표팀은 1988년 서울대회부터 이 종목 올림픽 9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여자양궁대표팀 막내 안산은 전날(24일) 김제덕(17·경북일고)과 짝을 이룬 혼성단체전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올림픽 9연패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업이다. 한국양궁이 여자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지 무려 33년이 지났지만,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금메달의 주인이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자단체전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18명 중 김수녕(3개)과 윤미진, 기보배, 박성현, 이성진(2개) 등 5명이 전부다.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가 재도전해 다시 태극마크를 단 케이스는 있지만 장기집권은 없었다.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투명한 과정을 통해 선수를 선발했다는 의미다. 한국양궁이 어디서든 인정받는 이유도 이런 공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멤버(장혜진-기보배-최미선)가 모두 바뀐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토록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올림픽 메달에 대한 동기부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올림픽 양궁 단체전은 6발·4세트제로 진행된다. 세트 승리 시 2점, 무승부 시 1점, 패배 시 0점이 주어지며 3세트까지 먼저 6점을 따내면 자동으로 승리가 확정된다. 랭킹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은 일찌감치 부전승으로 8강전에 진출했다. 섭씨 35도에 육박한 이날 도쿄의 무더위를 고려하면, 오전에 진행된 16강전을 치르지 않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탈리아와 8강전을 3세트 만에 정리하며 체력을 아꼈고, 벨라루스와 준결승 역시 3세트 만에 세트점수 5-1로 마무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지켰다.

결승 상대 ROC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1세트를 55-54로 어렵게 따낸 뒤 2세트는 56-53으로 이겨 금메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3세트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상대에 1점도 주지 않겠다는 태극궁사들의 의지는 강했다. 26-51에서 시작한 마지막 3발. 안산이 10점, 강채영이 9점을 기록한 데 이어 장민희가 9점을 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세트점수 6-0. 마지막까지 한국양궁은 ‘퍼펙트’였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