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볼의 전설 우에노, 39세 베테랑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

입력 2021-07-2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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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유키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장전으로 치러진 더블헤더 2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완투했다. 하루 동안 무려 21이닝을 던진 그 투수는 다음날 또 선발로 나서 완투승을 거뒀다. 만화에서도 나오기 힘든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 펑타이스포츠센터 소프트볼구장에서다.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롯데 최동원이 했던 전설의 역투를 넘어설 그 선수는 우에노 유키코. 일본소프트볼대표팀의 에이스다. 그는 26세 때인 베이징올림픽에서 혼신의 피칭을 했다. 8개 팀이 출전해 예선 풀리그를 거친 뒤 플레이오프와 금메달 결정전을 펼친 당시 대회에서 우에노는 일본의 에이스였다.


예선리그에서 미국에 져 6승1패를 기록한 일본은 8월 20일 미국과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경기는 정규 7이닝을 넘어 연장으로 넘어갔다. 9회 1-4 일본의 패배. 우에노가 완투했는데, 9회 3점홈런을 맞았다. 그날 오후 패자부활전이 벌어졌다. 일본과 호주의 경기였다. 우에노는 또 선발등판했다. 두 팀은 무려 12회까지 가는 피 말리는 연장 혈투를 벌였다. 이번에는 일본이 4-3으로 이겼다. 호주전을 끝까지 책임진 우에노는 하루에만 무려 21이닝을 던지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우에노 유키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튿날 벌어진 금메달 결정전. 우에노는 또다시 피칭 서클에 섰다. 이 경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우에노의 열정에 미국은 무너졌다. 일본이 3-1로 이겨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0시드니대회 은메달, 2004아테네대회 동메달에 머물렀던 일본은 올림픽에서 22연승을 달리던 미국을 꺾고 첫 금메달을 따냈다.
아테네대회에서 올림픽 소프트볼 사상 최초로 퍼펙트피칭을 달성했던 우에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4일간 무려 600개의 공을 던졌다. 마지막 이틀 동안 혼신을 다했던 413개의 피칭은 전 세계 소프트볼선수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전설적 스토리다.


그로부터 13년 뒤 소프트볼은 올림픽 무대로 복귀했다. 2020도쿄올림픽의 33개 종목 중 가장 앞선 21일부터 경기를 치렀다. 무려 4717일 만에 복귀한 올림픽 소프트볼 첫 경기에서 어느덧 39세가 된 우에노가 또 선발등판했다. 상대했던 호주의 타자들은 2008년의 그 피칭을 잊지 않았다는 듯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비록 완투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일본에 첫 승을 안겼다. 승리 뒤 그는 “이 마운드에 다시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경기 전에는 설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예선라운드에서 4승1패를 거둔 일본은 27일 오후 8시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과연 우에노의 소프트볼 인생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길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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