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역사에 선명히 남은 첫 도전, “스포츠는 모두를 위한 것”

입력 2021-08-03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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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 허바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상은 변했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가장 많은 성 소수자들이 참여한 올림픽. 트렌스젠더의 첫 출전도 성사됐다.

아웃스포츠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중 자신을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 소수자로 밝힌 이들은 168명이다. 역대 올림픽 중 최다인원이다. AP통신은 대회 초반 “9년 전인 2012런던 대회에 참가한 1만여 명 중 성 소수자임을 밝혔던 이는 23명에 불과하다. 10년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뉴질랜드 역도 로렐 허바드(43)는 2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87㎏ 상급 결선에서 인상 3차례를 모두 들어올리지 못해 실격됐다. 역도는 인상과 용상 각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 중 높은 기록을 합산해 승부가 결정되는 방식. 세 차례 인상에 모두 실패한 허버드는 용상에 나서지 않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실격처리에도 허바드가 화제를 모은 건 성전환 때문이었다. 올림픽 최초의 트렌스젠더 출전. 허버드는 남성이었을 당시에도 뉴질랜드 대표 선수급 기량을 지녔다.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높은 그가 여성들과 경쟁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허바드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아쉬운 결과에도 “내 스스로가 설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내 출전이 논란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성별, 인종,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경기를 통해 증명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톰 데일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허바드뿐만 아니다. 2013년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영국 다이빙 대표 톰 데일리는 싱크로나이즈드 1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성 정체성 때문에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느낀 어린 시절은 지났다. 이제 올림픽 챔피언이 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허바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가 “선수의 정신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땀과 성취가 더 주목받는 시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보다 “후회 없다”는 말에 팬들이 더 많은 감동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개인의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만 다른 잣대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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