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눈물’ 서채현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미래 밝혔다

입력 2021-08-08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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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서채현(18·노스페이스)은 6일 도쿄 아오미 어반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경기를 마친 뒤 쉽게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결선을 마치기까지 18세 소녀가 느꼈던 중압감은 생각보다 더 컸다. 스스로도 “예선을 좋은 성적(2위)으로 통과한 뒤 결선에서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며 고개를 숙였다.


결선 성적은 총점 112점으로 8명 중 8위. 스피드, 볼더링, 리드 등 3개 종목의 순위를 곱해 총점이 낮은 순서대로 최종 순위를 정한다. 주종목 리드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스피드(8위)와 볼더링(7위)에서 하위권으로 처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경우의 수도 없었다. 무조건 리드에서 1위를 찍어야 했다. 그랬다면 노구치 아키요(일본·64점)를 제치고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야냐 가른브렛(슬로베니아) 등의 강자들 사이에서 1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은 생각보다 컸다.


리드 2위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었다. 반드시 1위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2번째로 높은 곳까지 올라간 그의 열정에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번 대회 최고 이슈로 떠오른 여자배구 준결승 한국-브라질전이 동시간대에 열린 까닭에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했다. 그러나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종목을 알리고,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충분했다. 올림픽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서채현이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서채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은 대중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종목을 직접 접하며 ‘실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가치를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세계선수권대회 콤바인과 리드 종목을 제패했던 개척자 김자인(32)이 이 종목의 존재를 알렸다면, 서채현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

서채현에게 실전 스포츠클라이밍 도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홀드를 하나하나 잡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무섭고 위험한 종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안전하게 즐기면 재미있는 종목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크다. 3년 뒤 2024파리올림픽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편으로는 얻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올림픽에선 서채현의 취약종목인 스피드 부문이 분리됨에 따라 주종목인 리드와 볼더링에 집중할 수 있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채현은 “올림픽 결선 무대를 뛰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파리올림픽에서) 스피드 종목이 분리되는 점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볼더링 결선을 처음 해봤고, 실수도 나왔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리드를 1등하고, 볼더링도 잘하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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