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VR교육으로 실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

입력 2021-09-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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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센터에서 직원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 인공지능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의료진 교육 VR·AI 활용하는 서울아산병원

가상현실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 도입
빠른 응급상황 조치 위해 전직원 교육
AI강사가 1대1 지도…시공간 제약 없어
”실제와 유사한 환자경험 반복체험 가능”
‘고층건물이 즐비한 거리, 갑자기 눈앞에서 행인이 쓰러진다. “먼저 의식을 확인하세요” AI 강사가 옆에서 안내한다. 의식과 호흡이 없다. 심정지로 판단해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가슴압박이 빨라졌는지 강사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이후 행인이 건네준 자동제세동기로 전기충격 후 가슴압박을 다시 하자 환자가 깨어난다. 그러자 박수소리와 함께 눈앞의 상황이 사라진다.’

실제가 아닌 가상현실(VR) 속의 응급상황이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의료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환자 데이터 관리 같은 병원운영부터 진단에 이어 최근에는 의료진 교육에도 영상 테크놀로지가 접목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생 VR헤드셋 쓰고 실습
앞에서 소개한 상황은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도입한 가상현실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현장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가상현실 전용 교육장을 마련하는 등 현재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에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은 급성 심정지라는 응급상황과 서울아산병원의 특성을 반영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면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 응급상황 대처가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즉시 반응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증환자가 찾는 병원이다. 따라서 병원 어디서든 응급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응급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전 직원에게 정기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해 왔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병원 화재 재난 대처 훈련을 받고 있는 직원.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지금까지 교육은 여러 명이 한 곳에 모여 강사 지도 아래 실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감염우려로 인해 기존과 다른 비대면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에서는 교육생이 가상현실용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화면 속 인공지능 강사로부터 1대1 설명을 듣고 지도를 받는다.

가상현실에서 응급상황을 마주치면 인공지능 강사가 의식 확인, 도움 요청, 호흡 확인, 가슴 압박, 자동제세동기 사용 등 심폐소생술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도한다. 실습 중 집중하지 않거나, 행인과 눈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어깨를 충분히 두드리지 않는 등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면 바로 강사의 지적이 나온다.

실습용 인형에는 정밀센서가 있어 가슴압박 깊이와 속도가 실시간으로 헤드셋 화면에 표시된다. 학습자는 이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바로 수정할 수 있다. 합격할 때까지 반복학습도 가능하다.

병원에 가상현실 전용 교육장 운영
가상현실 교육은 원하는 시간에 배울 수 있다는 편리함과 함께 실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 같은 몰입감과 성취감이 장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학습자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소장은 “가상현실 교육은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실제와 유사한 환자경험을 반복체험할 수 있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으로 대면교육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상현실 등을 의료현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말 가상현실 전용 교육장(VR Edu Planet)을 오픈했다. 간호사의 응급환자 조기대응과 인공호흡기 대처 등을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 속에서 반복학습할 수 있다.

현재 5개의 개인 체험방과 1개의 팀 체험방을 갖추고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응급실, 병동 등 병원의 각종 의료서비스 공간과 똑같은 가상현실 환경을 구현했다. 이곳에서는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 외에 서울아산병원이 우리 의료현실에 맞게 자체개발한 기관절개관 응급상황 대처와 같은 가상현실 학습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진료현장 외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화재상황에 대응하는 전 직원의 재난교육에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직원의 스트레스 완화를 돕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병원 교육 전반에 가상현실 기술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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