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미래 관광 위해 ‘포스트 한류’ 고민 필요”

입력 2021-10-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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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타일, S-컬쳐, S-푸드 등 서울만의 정체성을 담은 관광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밝힌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코로나로 업계 초토화…책임감↑
관광지로서 서울, 콘텐츠 부족해
서울만의 스타일·패션 등 키워야
예산·인재 기용에 적극 투자 필요”
관광산업은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요즘 각 나라마다 관광산업 재개를 준비하면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총성 없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가장 많은 방한객이 찾는 한국관광의 출발점이자 중심도시, 서울의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전략을 짜는 야전사령부다. 7월 서울관광재단은 관광업계 베테랑인 길기연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길기연 대표이사를 만나 ‘위드 코로나’ 시대 서울 관광의 미래와 이를 위한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만의 정체성 담은 관광 브랜드 필요”


- 서울관광재단 대표로 취임한지 2달 정도 지났는데

“코로나로 관광업계가 거의 초토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리를 맡게 되어 책임감이 무겁다. 하지만 ‘훌륭한 선장은 폭풍우를 이용해 하루 밤 몇백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 와서 잘하면 성과나 보람이 더 클 수 있다.”


- 대표로서 서울관광재단의 주요 역할 3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해외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 서울을 알려 많이 찾도록 하는 역할이다. 또한 서울시민과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지역 생활관광 활성화도 핵심 역할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힘든 여행업계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방탄소년단의 서울관광 홍보 캠페인 포스터. 사진제공 l 서울관광재단




- 서울시민 등 내국인 생활관광에도 많은 비중을 두는 점이 인상적이다.

“집에서 5∼10분 차 타거나 걸어가면 누리는 관광이 있어야 한다. 강북구 같은 곳이면 일상 속 가벼운 산악관광 체험을 생각할 수 있다. 지역등산센터 같은 곳을 만들어 업무 끝나고 찾아가 등산복이나 장비를 빌려 산행을 즐기면 얼마나 좋은가.”


- 지자체마다 RTO(지역관광공사)가 있지만 수도 서울을 담당하는 역할은 남다르다.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역할이라면 우리는 서울에 특화된 작업을 해야 한다. K-컬쳐, K-푸드 같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많이 알려졌으니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서울의 정체성과 정수를 발굴, 개발해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 서울만의 관광 브랜드를 말하는 것인가.

“서울은 조선의 500년 도읍이었고 신문물이 가장 빨리 왕성하게 들어오는 지역이다. S-스타일, S-컬쳐, S-푸드로 특화할 수 있다. 푸드의 경우 궁중음식이나 역사적으로 도읍 사람들이 즐기던 설렁탕 같은 음식이 있다. 서울만의 스타일이나 패션, 화장품, 의료, 휴가(할리데이) 등도 키울 수 있다. 고궁이나, 남산, 전통시장 같은 기존 콘텐츠만 집착하면 한계가 있다.”


- 그런 역할을 K-팝 같은 한류가 담당하지 않나.

“지금이 오히려 ‘포스트 한류’에 대한 고민을 할 시점이다. 서울이 ‘아시아 머스트 비짓’ 도시가 되려면 구조물이던, 문화이던 우리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류가 한 때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비틀즈로 유명한 영국 리버풀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관광지인 미국 멤피스 같은 곳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리움미술관, 프라도미술관 역할 기대”


- 관광 데스티네이션으로 서울이란 메가시티가 가진 매력을 꼽는다면.

“아직 비즈니스 도시 성격이 강하다. K-팝이나 한류 덕분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서울이 과연 매력적인 관광지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면 분명하게 소개할 답이 없다. 관광상품의 차별적 장점이 없이 60년간 비슷한 양태로 지속되어 왔다.”


- 관광지 서울의 현실 평가가 꽤 냉정하다.

“관광지로서 콘텐츠가 조화롭지 않다. 좋은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가보고 체험할 것들이 있어야 한다.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이나 바르셀로나 가우디성당처럼 오랜 시간 줄을 서도 꼭 보고 싶은, 못가면 다음에 와서라도 가고 싶은 곳이 있는가. 그런 점에서 송현동 부지에 리움미술관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서울의 프라도미술관이나 가우디성당 같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 코로나 이전 ‘오버투어리즘’이 문제가 됐다. 관광이 본격 재개되면 억눌린 여행욕구 분출로 많은 사람이 몰릴텐데

“북촌 한옥마을 같은 곳은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를 검토할 수 있다. 관광지를 찾는 사람 수만큼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 톨레도의 미니 트레인처럼 특정 지역을 도는 관광이동수단도 생각한다. 인원통제와 방문 질서의 효과를 자연스럽게 거둘 수 있다.”


- 서울 관광산업의 야전사령관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이 관광도시로 계속 성장하려면 진짜 몸부림치며 고민해야 한다. 안일한 자세로는 안된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한국관광공사나 문체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산이나 인력을 과감하게 써야 한다. 해외인력도 도움이 된다면 데려와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만 해외인력을 영입하지 말고 관광도 인재 기용에 열린 자세로 나서야 한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1960년 2월 충남 금산 생. 경기대 영문학과, 고려대 경영학과졸, 고려대 정책학 석사. 한양대 관광학 박사 수료. 퍼시픽아일랜드클럽(PIC) 호텔 부장, 허니문여행사 대표, 제 5대 서울시의회 의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 문화관광연구학회 문화관광대상(2010)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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