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가 이토록 좋았던가,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 안방극장에 ‘흥’을 불어넣고 있다.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약칭 풍류대장)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의 멋과 맛을 알리는 경연 예능이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국악인들의 진심이 담긴 크로스오버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여기에 김종진 이적 박정현 성시경 송가인 2PM 우영 마마무 솔라 등 국악에 진심인 대중음악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진정성 있는 조언과 심사는 놓칠 수 없는 재미다.
51팀 중 39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가운데 심사위원 7명의 마음을 모두 훔친 올크로스가 무려 20팀이 나왔다. 국악계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총출동해 진검승부를 펼친만큼 매회 레전드 무대를 쏟아냈다. 영혼을 울리는 무대로 감동을 선사하고, 때로는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 넘치는 무대로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케이팝 아이돌 음악과 파격적인 크로스부터 우리 소리의 재발견까지, 힙한 소리꾼들이 펼치는 신박한 무대에 찬사가 쏟아졌다. 크로스오버 묘미로 눈과 귀를 사로잡은 무대를 제작진이 짚었다.
● 우리 소리가 이렇게 좋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국악의 재해석
출연 전부터 화제가 됐던 서도밴드는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창작곡 ‘뱃노래’로 격조 있는 무대를 만들며 조선팝 창시자의 위상을 뽐낸 것. 억스(AUX)와 소리맵시는 우리 소리의 흥겨운 매력을 극대화해서 중독성 있는 가락을 만들었다. ‘쑥국’ 중독에 빠뜨린 마성의 ‘새타령’, 심봉사를 유혹하는 뺑덕의 이야기에 레이찰스의 ‘히트 더 로드 잭(Hit the road jack)’을 입힌 ‘뺑더가’는 ‘K-흥’의 진수를 보여줬다. ‘춘향가’의 ‘갈까부다’를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류가양의 완숙한 무대도 임팩트가 강했다.
● 진정한 이야기꾼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자전적 가사
1회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국악 에미넴’ 최예림. 최예림은 에미넴의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에 국악인의 고단한 삶을 녹여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많은 소리꾼’ 신동재도 생계 때문에 국악을 관뒀지만, 다시 일어나 ‘풍류대장’ 무대에 섰다. 리쌍의 ‘독기’와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쏟아내는 폭풍 래핑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국악 싸이’ 최재구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를 다이어트 실패기로 개사한 ‘살이 차오른다’로 신명나는 국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 마음까지 제대로 훔치며 화제를 일으켰다.
● 블랙핑크부터 레드벨벳, 지코까지! 국악과 아이돌의 만남, 그 파격적 시도
국악과 아이돌 음악의 파격적인 결합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풍류대장’의 포문을 열었던 누모리는 ‘프로듀스101’의 대표곡 ‘픽미(Pick me)’를 국악과 사이키델릭 록, 블루스를 결합해 흥겨운 무대를 완성했다. 브이스타는 마치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한 화려한 구성으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변주했고, 판소리 기네스 보유자 김주리는 블랙핑크의 ‘휘파람’에 우리 소리를 매력적으로 결합해 무대를 꾸몄다. 조선 그루브 유닛(조그유)은 2PM의 ‘니가 밉다’, 음유사인은 지코의 ‘아무노래’를 원곡과 다르게 해석한 무대로 국악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온도는 레드벨벳의 ‘피카부’를 매력적인 국악 음색과 신비로운 느낌의 편곡으로 호평을 받았다.
● 국악과 명곡의 환상적 크로스, 고막 힐링의 연속
국립창극단 소속 ‘국악 아이돌’ 김준수는 국악과 대중가요 창법을 오고가며 조수미의 ‘나가거든’을 열창했다. 생계 때문에 국악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기로에 선 박진원은 송창식의 ‘가나다라’를 유쾌하고 호소력 짙게 소화했다.
RC9(얼씨구)는 정키의 ‘홀로’와 아리랑을 결합해 극찬을 받았다. 특히, 최연소 참가자 윤세연은 싸이의 ‘나팔바지’를 재기발랄하게, 해외가 사랑하는 밴드 이상은 윤종신의 ‘막걸리나’를 흥겹게 변주해 큰 사랑을 받았다.
명곡을 재해석한 레전드 무대는 계속됐다. 가야금 병창으로 나훈아의 ‘어매’를 완성한 서일도와 아이들의 무대는 원곡과는 또 다른 울림을 안겼다. ‘팬텀싱어3’ 준우승자 고영열은 한영애의 ‘루씰’을 블루스와 국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명불허전 무대를 선보였다. ‘판소리 하는 트로트 남자’ 강태관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절절함을 담아 시선을 빼앗았다. 국립민속국악원 소속 남자 가야금병창 임재현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의 랩을 국악적으로 소화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풍류대장’은 국악의 흥과 한, 그리고 힙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1라운드를 마치고, 19일 화요일 밤 9시 대망의 2라운드를 시작한다. 큰 혜택이 주어질 1라운드 톱10이 아직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더 흥미진진한 경연으로 돌아올 2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