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연기자 전성시대’ 왜?

입력 2021-10-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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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 이주영, 장윤주(왼쪽부터)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영화계에서 새롭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CJ ENM

정호연 ‘오징어게임’으로 스타덤
장윤주 영화 ‘세자매’ ‘1승’ 주연
이주영 영화 ‘독전’ 등 꾸준한 활약
“연기하지 않는 듯한 느낌 매력적”
‘40만에서 2000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속 새터민 역을 연기한 정호연의 SNS 팔로어 증가세이다.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인기를 확인시키는 동시에 정호연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정호연은 2013년 SBS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후 루이뷔통, 샤넬 등 세계적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초 미국 뉴욕 패션위크 참여차 머물다 ‘오징어게임’에 캐스팅되면서 연기자로 변신, 데뷔작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모델 출신 연기자가 거둔 최대의 성과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활약으로 연기자의 위상을 확고히 다져가고 있는 이들이 또 있다. 장윤주와 이주영이 빼놓을 수 없는 모델 출신 연기자로 빛을 발하고 있다.

장윤주는 1997년 데뷔해 국내 대표적인 모델로 꼽혀왔다. 서구적인 이미지가 각광받던 분위기를 동양적 개성 강한 외모의 시대로 탈바꿈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2015년 1000만 영화 ‘베테랑’으로 연기 데뷔하며 관객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각인됐다.

‘베테랑’의 연출자 류승완 감독은 그가 2014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연기를 못하는 척, 발연기를 하는 척 연기했다”면서 “영특함”에 높은 점수를 줘 캐스팅했다. 이를 입증하듯 장윤주는 지난해 ‘세자매’로 아시아필름어워즈 여우조연상에 후보로 오를 만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뒤이어 현재 ‘1승’의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동덕여대 모델과 출신인 이주영은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연기 데뷔했다. 이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서 적지 않은 상을 받은 영화를 통해 이주영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과 대단한 단편영화제의 ‘대단한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8년 영화 ‘독전’으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tvN 드라마 ‘라이브’로 대중적 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맞았다.

“한 미술작가의 전시회 영상에 출연하며 연기의 맛을 처음 느꼈다”는 그는 오디션에 응시하며 자신의 길을 열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보이스’의 흥행에도 힘을 보탠 그는 장윤주와 함께 ‘1승’에 출연 중이다.

이들 모델 출신들의 힘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몸값’으로 재능을 알리고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콜’로 각광받은 이충현 감독은 “이주영의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손을 들어주었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장윤주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델 활동으로 익힌 다양한 표정과 몸짓의 표현도 이들 연기자에게는 힘이 된다.

키와 몸매 등 신체적 조건이 활동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모델 영역의 특성상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전업’을 꾀해야 하는 것도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 된다. 정호연은 “모델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력이 하나둘 떠나가는 날에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면서 “책과 영화를 보며 나도 저런 표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연기 교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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