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인터뷰] 멘토가 그라운드 떠난 날 10승…롯데 에이스 계승자의 책임감

입력 2021-10-31 1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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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와 멘티. 롯데 에이스 계보의 선임과 후임. 송승준(왼쪽)이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한 날, 박세웅은 개인 2호 10승 고지에 올랐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사실이 발표되자 모두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떠난 이의 공백을 최대한 채우는 것이 남은 이들의 역할. 박세웅(26·롯데 자이언츠)은 ‘멘토’ 송승준이 은퇴를 알린 2021시즌의 마지막 날부터 2022년을 준비 중이다.

박세웅은 롯데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30일 사직 LG 트윈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 2삼진 1실점을 기록, 시즌 10승(9패)을 달성했다. 2017년 이후 4년만의 개인 10승. 롯데 토종투수 10승은 올해 박세웅이 54번째다. 연 평균 1명 이상씩 나온 셈인데, 2021년 박세웅 이전 기록은 4년 전인 2017년. 당시 주인공은 박세웅(12승)과 송승준(11승)이었다.

송승준은 언제나 박세웅의 든든한 멘토였다. 2020시즌 초, 박세웅은 첫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답답함을 느끼던 차, 송승준이 ‘쫓기면 쫓길수록 너 자신을 옭아매게 된다. 나도 개막 후 한 달 만에 승리한 뒤 연승했던 적도 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박세웅은 이후 평정을 찾고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송승준은 당시 “나보다 후배들이 잘했을 때가 더 기분 좋다”며 “(박)세웅이가 지금보다 한 계단 더 성장한다면 팀으로서도 바랄 게 없을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 멘토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롯데는 30일 송승준의 은퇴를 알렸다. 송승준은 구단을 통해 “롯데는 야구뿐 아니라 인생까지 가르쳐준 소중한 팀이다. 팬들께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끝내 못해 무척 아쉽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롯데 유니폼만 입고 109승을 거둔 레전드. 화려한 은퇴식이 당연한데 당사자가 고사했다. 송승준은 2017년 3월, 이여상이 건넨 금지약물을 잠시 소지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징계를 받았다. 항소마저 기각됐다. 송승준은 “이유를 막론하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며 은퇴식 고사의 이유를 밝혔다.

이제 롯데 마운드 중심은 박세웅이다. 어느덧 엔트리에도 적잖은 후배들이 생긴 중고참. 1군 데뷔 첫해부터 주축으로 활약했고 2020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까지 달았으니 경험치는 연차 이상이다. 이제 박세웅은 멘티가 아닌 멘토로, 막내가 아닌 핵심으로 마운드를 이끌어야 한다. 올 시즌 얻은 성장의 경험은 그 무기다.

“도쿄올림픽은 야구하면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여유가 많이 생겼다. 복잡함을 내려놓는 계기였다. 이전까진 등판일에 되게 예민했는데, 이용훈 투수코치님이 올 시즌에 앞서 ‘나랑 하나만 바꿔보자’며 ‘편하게, 재미있게’를 강조하셨다. 이젠 이닝 사이마다 포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내 위주에서 포수 의견도 많이 따라갔다. 얻은 게 참 많은 시즌이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야구가 잘 안 풀릴 때, 더 발전하고 싶을 때, 하다못해 개인적 고민이 있을 때 언제나 찾던 선배. 롤 모델이자 멘토가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송승준이 박세웅에게 그랬듯, 박세웅이 후배들의 ‘송승준’이 된다면 이만한 선순환도 없을 터. 어깨가 무거운 롯데 에이스가 바쁘게 2022년 준비를 시작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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