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무산된 대우조선, 새 주인 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22-01-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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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 LNG 운반선.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EU “시장 독과점 우려”…승인 불허
현대重, 유감 표하며 기업결합 철회
대우, 인수 불발로 경영 불확실성 커져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최종 무산됐다.

EU집행위원회는 13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같은 날 “EU 공정위가 오래 전에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EU에서 불승인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4일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절차가 종료됐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간) EU 경쟁 당국의 금지 결정으로 기업결합을 계속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제출했으므로 계약 종결을 확인하는 대로 사건절차 규칙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9년 12월 심사를 개시한 지 2년 2개월 만에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최종 무산됐다.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반대한 이유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의 독점 우려 때문이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LNG선 시장 점유율이 60% 수준까지 높아진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두 회사 합병은 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져 선가 인상 등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측은 “설령 두 기업의 과거 시장 점유율이 높을지라도 조선 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뤄지며, 입찰 승패 여부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지만 무의미해졌다. 업계에서는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EU의 몽니로 인해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보유)은 새로운 인수기업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매수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포스코, 한화, 효성 등 과거에 인수 의사를 밝혔던 일부 대기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해당 기업들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인수 불발로 1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다행히 최근에는 업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향후 업황이 나빠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고, 결국 한국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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