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초비상 걸린 건설업계

입력 2022-01-19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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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광주광역시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참사로 관심이 부쩍 더 높아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2020년 4월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 창고 화재를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규로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졌다.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대재해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 유해 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등 3가지 경우에 있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기준 확립과 책임 소재 규명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세 경우에 있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특히 급성중독, 혈액 전파성 질병, 산소결핍증, 독성감염 등 24개 직업성 질병까지 명시해 전체 산업계에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법 적용대상 및 처벌 수위는?


법 적용대상은 사업주,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 관련 조직, 인력·예산을 결정하는 경영책임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보호 대상은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대가(임금)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사업을 여러 단계에 거쳐 도급한 경우 각 단계 수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노무 제공자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재해 발생 시 재해방지 대책의 수립·이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의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크게 4가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 등 3가지 중 1개 이상 재해가 발생한 뒤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법인 또는 기관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외의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법인 또는 기관은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초비상 걸린 건설업계


중대재해법은 철강, 화학, 발전 등 산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쪽은 건설업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의 71%가 건설업체였고,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 1243개 중 59%를 차지한 것도 건설업체였다.


건설업계는 법 시행을 앞두고 ‘몸조심’에 들어간 분위기다. 포스코건설은 설 연휴 시작에 앞서 ‘27일부터 휴무를 권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국내 전 사업장에 내려 보냈다. 현장소장의 재량권을 인정했지만 공정상 반드시 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공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현대건설은 27일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하고 정리 정돈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현장에 남길 계획이고, 대우건설은 설 연휴가 끝난 뒤 2월 3~4일을 휴무일로 정해 최대 9일간 전국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키로 했다.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휴일 작업이 많았던 건설 현장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다.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설 연휴 즈음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당초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관리 조직을 강화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업계 특성상 안전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떠올리며 ‘처벌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암묵적으로 내비쳐왔지만, 화정아이파크 사태로 이마저도 여론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이르러 위기감이 더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모든 건설사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면서 “중대재해법의 주요 타깃은 건설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사마다 사망사고 발생은 기업의 존망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을 수 있는 1호 처벌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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