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미치고 싶어 돌아온 구자철, 우승 노리는 제주에서 어떤 역할 맡을까?

입력 2022-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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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11년 전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난 구자철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K리그로 복귀할 시 제주 유니폼을 입겠다”는 약속, 남기일 감독의 존재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가 K리그로 돌아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축구에 미치는 게 그립다”는 그는 고국에서 선수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자, 차범근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성공적 커리어를 보낸 한국선수지만, 구자철이 K리그에서 예전과 같은 활약을 펼치긴 쉽지 않다.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 현대), 백승호(전북 현대) 등 해외에서 K리그로 이적한 선수들 모두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구자철 역시 급한 마음은 없다. 6일 복귀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없다.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빠를 수도, 더딜 수도 있다”며 차분히 실전에 나설 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에 미치고 싶다!”

골, 도움 같이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구자철에게 중요한 것은 축구를 대하는 치열함이다. 독일생활을 청산한 뒤 카타르리그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특히 지난해 여름 이적한 알코르에서 생활은 상당히 힘들었다. 주전경쟁과 무관하게 훈련 스케줄이 굉장히 불규칙했고, 그 강도 역시 구자철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식 사고방식을 버리고 독일인이 되겠다는 치열한 각오로 임했던 유럽생활과 비교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축구에 미치는 게 제일 그리웠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구자철의 말에서 알코르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복귀 후) 성적에 관한 걸 얘기하기 전에 그런 목마름, 열정을 되찾는 게 목표다”며 “무대 뒤는 아무도 볼 수 없다.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내겐 가장 중요하고 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정신적 리더+만능선수 OK!

제주 전력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뒤 구자철은 어떤 역할을 맡을까.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활용도가 높은 선수임에 분명하다. 남 감독은 “구자철의 합류로 제주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와서 감독으로서 굉장히 기쁘다”고 밝혔다.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미드필더인 구자철은 제주 중원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이미 최영준, 이창민, 윤빛가람 등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버티고 있다. 구자철이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제주로선 강력한 무기를 거머쥐게 된다.

2선 공격에서 활약도 기대할 수 있다. 2011카타르아시안컵 득점왕(5골)을 차지하는 등 미드필더로서 준수한 득점력을 갖췄다. 주민규에 집중되는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보조득점원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남 감독 역시 “미드필더든 공격수든 컨디션만 올라온다면 어디 포지션이든 소화 가능하다”며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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