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이근, 영웅심리 접어두고 철수하길 [홍세영의 어쩌다]

입력 2022-03-15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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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 참여를 위해 ‘무단 출국’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유튜버 이근(예비역 대위)이 직접 알린 근황이 전해졌다.

이근은 15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살아 있다. 내 대원들(함께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로 추정)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하게 철수했다. 나는 혼자 남았다. 할 일이 많다. 가짜 뉴스(사망설 추정) 그만 만들어라”며 “임무 수행 완료까지 또 소식 없을 거다. 연락하지 마라. 매일 전투하느라 바쁘다. 이 내용은 곧 삭제한다”고 적었다.

이근은 최근 사망설이 불거지자, ‘살아 있음’을 알렸다. 또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 소속 관계자(신원 확인 불투명)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외교부, 경찰청, 국민 여러분. 모두 걱정해줘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지금 현장 상황이 많이 심각하고 모든 파이터(국제 의용군 의미 추정)가 철수하면 여기 더는 남을 게 없을 거다. 최선을 다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겠다. 나중에 귀국할 때가 되면 그때 연락하겠다. 감사하다”고 썼다.

앞서 이근은 당국 허락 없이 우크라이나 출국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6.25 전쟁(한국전쟁) 당시 도와줘서 감사하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주겠다. 6.25 전쟁 당시 세계가 한국을 도왔다. 우크라이나 사람도 미군으로 참전했다. 이제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돕겠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도해 달라”고 썼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이근 무단 출국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외교부는 우크라이나를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외교부 등 관계 부처 허락 없이 여행금지 국가에 입국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근과 그의 일행은 당국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출국했다. 이는 여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무단 출국한 이근과 그의 일행에 대한 행정 제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무지함은 조롱거리다. 이근은 한국전쟁 당시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를 도왔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전쟁 당시 소련(소비에트 연방) 소속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적국이나 다름없다. 일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등이 미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도왔다는 말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적을 도우러 간 것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적인 지원 요구도 논란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많은 나라가 경제 제재 등 참전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참전에는 신중하다. 국가간 전쟁은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중국과 북한 인접국인 우리나라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역시 대한민국 인접국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은 직접 참전으로 간주되고 해석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근 일탈은 국가 차원에서 행정력 낭비다. 현지 교민을 위한 지원에 집중해야 할 정부 당국 등은 현재 이근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해야하는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국민 보호를 하지 않는다는 국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개인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는 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개인만 피해를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근이 벌인 일은 한 개인 일탈이라기에는 자칫 국가 간 문제, 사회적인 비용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근 개인의 쓸데없는 영웅 심리가 아니겠냐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행정 낭비는 시작됐다. 최소한의 사회적 동의, 국가에서 금지한 행동을 벌인 대가는 이근이 치러야 한다. 이근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 아니라 사회적 피로감만 더해주고 있을 뿐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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